높은 물가에 쫓기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다급하게 올릴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시장은 오는 7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2.25~2.50%로 올린 뒤 연말까지 3.50~3.75%로 대폭 상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75%로 올해 남은 4번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0.25%p씩 인상하더라도 2.75%에 불과하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코앞으로 닥친 상황에서 연말까지 역전폭이 최대 1.00%p로 크게 벌어질 가능성마저 높아진 셈이다. 시장에선 7월 금통위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연말까지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 3.50~3.7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1.50~1.75%인데 올 하반기 중 1.75~2.25%p 대폭 인상된다고 내다본 것이다.
예상을 뚫고 높이 치솟는 물가가 주범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하며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이 심한 식품·에너지 등의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보다 6.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물가가 정점을 찍을 거란 시장의 기대 시점도 올 상반기에서 오는 8월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외자운용원은 “일부 투자은행은 이후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경기침체를 야기할 정도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경우 물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출 금리가 덩달아 오르므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돼 경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올려 대응할 정도로 물가 상황이 매우 위중해졌다는 의미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오피니언을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꺾는 데 집중하면서 향후 12~18개월 안에 리세션(Recession, 경기침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추지 못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에 연착륙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여전히 갖고 있다면 포기하라”고까지 언급했다.
연준이 당장 오는 7월 26~27일(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택할 가능성은 점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 17~21일 이코노미스트 15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4분의 3은 7월 0.75%p 인상을 내다봤다. 이들은 또한 이어서 열리는 9월 FOMC 회의에서도 0.50%p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방기금(FF) 선물 거래 참가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마찬가지다. 7월 0.75%p 인상 확률은 88.5%에 달했으며, 0.50%p 인상 확률은 11.5%에 그쳤다.
미국의 강력한 통화 긴축에 전 세계 뭉칫돈이 안전 자산인 달러로 몰리면서 국내 환율과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23일) 1302.8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환율이 1300원에 도달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이 이어졌던 2009년 7월13일(1315.0원) 이후 12년11개월만에 처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연중 최저점을 경신하며 휘청였다. 전날 코스피는 한때 2306.48까지 떨어졌으며 코스닥도 717.31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