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화들짝 놀란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종전에 시장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인상론은 자취를 싹 감췄다. 한술 더 떠 1.00%p 인상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금리차가 좁혀지는 바람에 증시 폭락과 고(高)환율, 고물가에 신음하는 우리나라 경제는 하루아침에 거대한 암초를 직면하게 됐다. 긴급 처방으로 우리나라 역시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모양새다. 물론 이 경우라도 7월이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 거래 참가자들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현재의 연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p) 오를 확률을 98.6%로 예측했다.
0.75%p 인상이 시장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연준이 0.75%p를 올린 때는 1994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이 밖에 선물 거래 참가자의 1.4%는 기준금리가 1.75~2.00%로 1.00%p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중심의 통화정책 체계를 운용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시장에선 연준이 기준금리를 이보다 낮은 0.50%p 올릴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1.25~1.50%로 0.50%p 오를 확률이 91.8%에 달했으며, 1.50~1.75%로 0.75%p 상승할 확률은 8.2%에 불과했다.
기류를 순식간에 뒤바꿔놓은 건 지난 10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다. 5월 기준 미국의 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상승하며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8.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변동이 심한 식품·에너지 등의 품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보다 6.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는 ‘물가 정점론’은 일순간 빛을 잃고 퇴색했다. 높은 물가상승률에 쫓겨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려온 미국으로선 만일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들 경우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여유가 생겼을 터였지만, 이러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미 경제전문 매체인 CNBC는 14일(현지 시각)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0.75%p의 금리인상은 물론 7월 회의에서도 0.75%p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6월 1.50~1.75%로, 7월에는 2.25~2.50%로 뛰어오른다.
미국에 앞서 지난해 8월부터 차근차근 기준금리를 올려온 우리나라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금통위 회의가 열리지 않는 6월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기준금리 상단이 한국과 같아진다.
관건은 그 다음 열리는 7월13일 회의다. 금통위가 종전에 해왔던 대로 기준금리를 0.25%p만 올릴 경우 2.00%에 그친다. 7월이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금리차도 0.25~0.50%p로 확 커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오는 7월 빅스텝을 택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지난 9일 “현재로선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나 7월에는 국내 물가상승률이 6%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로 날뛰는 물가가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7월에 기준금리를 0.50%p 올려도 2.25% 수준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금통위가 시장 충격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계속 0.25%p씩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으나 이젠 0.50%p 인상 역시 현실성 있는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