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31일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있는 보수단체를 고소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대리인을 통해 보수단체 3곳에 소속된 3명과 이름을 알 수 없는 1명에 대해 모욕 및 명예훼손, 협박, 집회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집회를 하면서 허위사실로 문 전 대통령에 등에게 욕설·모욕을 반복적으로 해 명예훼손을 저질렀다는게 고소장의 요지다. 또 “죽이겠다. 불지르겠다”며 협박한 내용도 고소장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집시법 위반 고소 부분에서는 집단적인 협박 등으로 공공의 안녕에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3시쯤 고소장을 접수한 양산경찰서는 5시 현재 대리인 조사를 마무리 중이며, 통상적인 사건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선 한 달째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과 유튜버들이 문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해 욕설을 섞어가며 확성기 시위를 하고 있어 평산마을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보수단체가 문 전 대통령 퇴임 전인 지난 4월29일 사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양산 귀향 반대’ 집회를 연 데 이어 지난 10일 문 전 대통령이 양산으로 귀향하자 보수단체들과 보수성향 유튜버 등이 매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보수단체는 지난 11일 밤새 확성기를 통해 ‘국민교육헌장’을 틀어 소음에 시달린 주민들이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이 야간 확성기 사용을 제한하는 ‘집회시위 제한 통고’를 했지만 해당 단체는 보수단체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매일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평산주민들은 소음 피해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70~80대 주민 10명은소음 스트레스로 식욕 부진, 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최근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주민 피해까지 이어지자 문 전 대통령도 보수단체 집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反)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양산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도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게 과연 집회인가? 총구를 겨누고 쏴대지 않을 뿐 코너에 몰아서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라며 “집 안에 갇힌 생쥐 꼴이다. 창문조차 열 수 없어 사람으로 된 바리케이드 같다”고 적었다. 해당 글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야권에선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시위의 과도한 소음과 욕설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회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약하지 않되,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입법을 강구하길 바란다”며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증오연설(헤이트 스피치) 규제 입법을 서두를 것도 국회에 주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