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전을 몇 시간 앞둔 5일 밤 10시. 직장인 김모씨(29)와 직장동료들과 저녁 술자리에서 2만원씩 갹출해 경기 결과를 맞히는 내기를 했다. 경기결과는 김씨의 예상대로 끝났고 12만원을 받았다.
직장인 이모씨(32)는 해외베팅업체들이 월드컵 경기 결과를 예측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관련 내용 검색해 보니 국내에서도 베팅이 가능했다. 월드컵 경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1만원을 베팅했다.
김씨와 이씨의 행위는 그럼 도박죄로 처벌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씨는 도박죄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이씨는 원론적으로 베팅한 사이트에 따라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다만 베팅 금액이 적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단순 오락’ 목적 내기, 도박죄 성립 안돼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월드컵 경기 결과를 두고 지인들간의) 1만~2만원 규모의 돈 내기는 ‘일시적인 오락’을 목적으로 돈 내기를 한 것으로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도박이 합법이고 어떤 도박이 불법일까. 스포츠 경기 결과를 둔 ‘돈 내기’가 단순 오락에 해당하는지, 도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일관된 기준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단순한 게임이 아닌 ‘도박’으로 규정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유·무형의 재산, 승패의 우연성, 도박의 상대방이 필수 조건이다. 상습도박 여부를 판단할 때는 도박의 횟수, 기간, 가담 경위, 오간 금액 등을 추가로 살펴보기도 한다.
‘형법 제246조'(도박죄)에서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예외적으로 ‘일시적인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도박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친구들끼리 축구 경기 결과를 두고 야식 비용 내기를 하는 행위, 연인과 8강 진출을 두고 점심 식사값 내기를 하는 행위, 가족끼리 한 회에 몇 천원 정도 규모의 화투를 치는 행위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법원은 △도박의 시간과 장소 △판돈의 규모 △도박하는 자들의 재산규모 △도박하는 자들의 사회적 지위 △도박을 함께 한 사람들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득수준에 따라 도박죄의 판단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 2015년 점당 500원씩 40차례에 걸쳐 판돈 28만6000원을 걸고 화투를 친 사람들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도박 참가자의 직업이 가정주부, 무직자 등으로 점당 500원의 판돈이 고액인 점, 비교적 긴 시간인 1시간 15분 동안 게임을 진행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반면 법원은 지난 2012년 재력가들이 모여 판돈 60만원을 걸고 포커 게임을 한 사례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참여한 사람들의 재산규모에 비해 판돈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김씨가 판돈을 2만원이 아닌 300만원 상당으로 올렸다면 이 역시 도박에 해당하는 셈이다.

◇ ‘스포츠토토’ 외 스포츠 베팅 ‘도박’ 주의해야
하지만 판돈이 아무리 적더라도 수 십차례 연달아 도박을 했거나 상습 도박자가 가담했다면 처벌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상습 도박으로 인정되게 되면 단순 도박보다 가중 처벌될 수 있다. 형법 제246조에 따르면 ‘도박’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상습도박’은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에서 형량을 결정할 때 참조하는 양형 기준표에도 도박과 관련된 기준은 없다. 검찰 관계자는 “판돈의 규모가 사회상규에 비춰봤을 때 너무 크거나 사행성이 인정된다면 처벌 받을 수 있다”며 “도박범죄는 도박의 종류, 도박의 상황, 도박 당시 참가자들의 관계, 참가자들의 재산상태 등을 다양하게 살펴봐야 해 메뉴얼대로 하기 곤란한 상황이 많다”고 설명했다.
돈 내기 형식이 아닌 온라인 스포츠 베팅 형식의 도박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토토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국내에서 불법 사이트에 돈을 거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벌받는 범죄행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