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고급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모델 EQS와 EQE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공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이미 미국 내에서 판매될 EQE 및 EQS SUV의 신규 주문 접수가 이미 종료된 상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시장에 국한된 것으로, 유럽 등 기타 지역을 위한 생산은 그대로 유지된다. 세단 모델은 독일에서 생산되며, 터스컬루사 공장에서는 SUV 모델이 조립되어 왔다.
터스컬루사 공장은 2022년 EQS SUV 생산 개시 이후 전기차 전환의 중심지로 주목받아 왔으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일부가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회사 측은 구체적인 중단 기간과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생산 중단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의 전기차 세액 공제(IRA 인센티브) 적용 제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QE 및 EQS는 대부분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제작되기 때문에 세액 공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그 결과 소비자 수요가 감소했다. 둘째, 디자인·내장 품질·충전 시간 등의 상품성 문제도 시장 반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앨라배마 주정부와 지역 경제 입장에서는 상당한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터스컬루사 공장은 수천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으며, 전기차 생산 전환은 미래 경쟁력 확보의 핵심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미국 내 보조금 정책과 관세 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전략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역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앨라배마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 세계 30개 이상의 생산 거점을 운영하며, 지역 중심의 공급망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터스컬루사에서 유럽 시장을 위한 차량 생산이 이루어지는 등 생산 방향의 모순적 측면도 드러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