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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이세나, 독자 몽고메리 여성 문학회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by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12월 15, 2025
in 사설/칼럼
0
만두

만 두
이세나, 독자 몽고메리 여성 문학회

서리가 내려 앉는 아침 풍경이 보일 때면 뜨끈한 다시 국물을 정성 들여 만든다. 적당한
크기의 국물 멸치, 손바닥만 한 다시마와 황금색의 북어포, 겨울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푹 우려낸다. 진하고 구수하게 육수를 내어놓으면 게임 끝이다. 쌀쌀한 날씨에
아늑한 집 안에 들어와 먹는 만두국은 나의 소울푸드이다.
내가 사는 몽고메리에는 이 주에 한 번씩 두부 아저씨가 온다. 시판 두부보다 부드럽고
맛있어서 가지러 가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자주 사 먹는다. 세 모씩 파는 두부를
그냥 두고 먹기에는 양이 많아 주로 만두를 만들어둔다. 집에 있는 다양한 채소를 잘게
잘라 듬뿍 넣고 간 돼지고기와 두부를 으깨 섞어 심심하게 속을 만든다. 홀로 테이블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만두피에 속을 가득 넣고 하나씩 곱게 빚으면 그 시간이 고요하고
좋다.
엄마는 항상 겨울이 오면 만두를 대량 생산하셨다. 잘 익은 김치와 단단한 두부를
면보에 올려 물기를 짜내느라 손목이 많이 아프셨을텐데도 매번 그 일을 수고스럽게
하셨다. 그럴 때면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모들까지 만두 빚기 대원들로 소환되었다. 함께
빙 둘러앉아 속이 가득 차여 있는 양푼에 숟가락 하나씩을 꽂아두고 수다와 함께 바쁜
손놀림이 시작되었다. 엄마는 만두피도 만드셨는데, 밀가루와 소금, 물을 계량도 없이
대충 맞춰 손으로 치대다 보면 한 덩어리의 차진 반죽이 마법처럼 완성되었다. 그러면
우리 집만의 치트키인 파스타 기계가 등장했다. 반죽 두께를 조절해 얇게 펼 수도 있고
칼국수도 만들 수 있는 요물이었다. 상에 고정한 후 손잡이를 연필깎이처럼 돌리면 기계
사이로 반죽이 들어가 얇게 펴져 나왔다. 두꺼운 반죽을 처음 내릴 때는 힘이 많이
들어가 손잡이를 돌리다 보면 상이 들썩들썩 춤을 춰서 재미있었다. 밀가루를 흩뿌린 상
위에 얇아진 반죽을 넓게 펼치고 주전자 뚜껑으로 공간마다 동그라미를 찍어냈다. 내가
주로 좋아했던 파트였다. 동그란 만두피를 양푼 가장자리에 펼쳐 놓으면 어른들은
하나씩 가져다 탐스러운 만두로 뚝딱 변신시켰다.
만들기가 무섭게 옆에서는 큰 솥에 찜기를 올려 바로 만든 만두를 쪄냈다. 작업하느라
양손이 엉망 된 어른들 입에 엄마는 맛보라며 하나씩 쏙쏙 넣어 주셨다. 그 정겨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만두피를 찍어내는 임무는 동생에게
물려주고 나는 만두 빚는 대원으로 승진했다. 그때 훈련된 나의 만두 빚기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소담하게 가지런히 빚어 놓은 만두들이 사랑스럽다. 쟁반 위에 얌전히
놓고 냉동실에 얼려 지퍼백에 담아 쟁여 놓으면 어린 시절 따스한 추억처럼 내 마음도
푸근해졌다. 냉동실을 열 때마다 든든하고 나눌 생각에 행복했다.
엄마를 닮아 사람 좋아하는 나는 날씨도 춥고 하늘도 흐리니 뜨두하게 만두국 먹으러
오라며 친구들을 초대했다. 연말이라 자꾸 과식하게 된다고 건강을 염려하길래 메뉴를
바꿨다. 푸짐하게 채소가 많이 들어간 만두전골로 준비했다. 커다란 전골냄비에 양파,
양배추, 당근, 청경채, 온갖 버섯들에 만두를 잔뜩 넣어 색깔별로 차례로 담았다. 소박한

만두는 손님상에도 어울리는 근사한 음식으로 탄생했다. 그 옛날 엄마와 이웃
아주머니들, 이모들까지 둥그렇게 모였듯이 나의 지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전골을
보글보글 끓여냈다. 이미 식탁은 그들이 가져온 반찬들로 한 상이 마련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곁들일 반찬을 들고 오고 디저트로 아삭한 사과와 식혜도 가져오는 서로에게
익숙한 이웃사촌들이 정겹다. 건강을 생각해 소식하겠다던 나의 지인들은 만두전골 한
그릇씩을 먹은 후, 또 한가득 만두를 넣고 남아있던 육수를 부어 다시 시작했다.
“우리가 그렇지 뭐,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를 외치며 하하 호호 웃었다.
엄마의 지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우리의 일상 수다와 함께하는 시간은 감사했다.
갖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맛있는 속을 만들어 한 보자기 안에 예쁘게 빚어내듯이 우리도
각자의 성향대로 서로 보듬어주며 위로하는 가족 같았다. 만두를 빙자한 모임에
이야기를 더하니 추운 바깥 공기는 어느 새 까마득히 잊혀졌다.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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