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고 있다. 연이어 불거진 리콜 사태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 ‘연내 상장’이라는 기존 목표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0일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추진 중인 IPO와 관련해 “GM 리콜 조치 방안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안 상장 완료 목표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를 오는 10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중 심사를 통과해 오는 10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GM이 추가 리콜을 발표하면서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고, 상장 추진 여부도 재검토하는 등 기존 계획에서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이는 리콜 사태를 낳은 배터리 화재의 원인을 조사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 20일 GM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의 추가 리콜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비용을 LG와 어떻게 분담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정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선 화재 원인을 조사해 리콜 비용 분담률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연내 상장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오는 10월 상장 추진을 결정한다면 12월에는 완료할 수 있다고 본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6월 시작된 상장예비심사가 두 달 넘게 진행되며 충분히 이뤄진 상태”라며 “리콜 문제를 마무리 해 즉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연내 상장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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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1.6.9/뉴스1 © News1 |
다만 눈 앞의 악재가 닥친 상황에서 그대로 상장을 추진할 경우,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아 투자금 조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GM의 1·2차 리콜 비용인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이 4230억~5550억원을 부담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특히 상장을 추진한다 해도 또다시 화재가 발생한다면 기업가치 산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GM이 추가 리콜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20일 모회사 LG화학의 주가는 89만8000원이었지만, 30일에는 77만원까지 14.3%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9조원이나 증발했다.
이미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부터 코나·GM·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이유로 매 분기 수천억원씩 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상장 추진 과정 또는 상장을 마친 이후에 새로운 사고가 불거질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일단 연내 상장 목표를 철회해 재정비를 하고, 화재 리스크를 해결해 올해를 넘겨 상장을 재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기업가치에 불리한 요소들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굳이 비가 올 때 무리해서 나서기보다는, 신중하게 판단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투자금 조달이 시급하긴 하지만, 당장 상장을 하지 않더라도 투자를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은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린본드·회사채 발행, 차입 등 다양한 투자금 조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