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룸바’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던 미국 아이로봇(iRobot)이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경영권을 중국 업체에 넘기는 수순에 들어갔다. 한때 로봇청소기의 대명사로 불렸던 혁신 기업의 몰락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로봇은 14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챕터11(파산보호)을 신청하고, 중국 선전 소재 로봇기업 PICEA 로보틱스 및 계열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이로봇의 기존 보통주는 전액 소각될 예정이다.
아이로봇은 199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로, 2002년 로봇청소기 ‘룸바’를 출시하며 가정용 로봇 시장을 사실상 처음 열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된 룸바는 4000만 대를 넘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혼란과 중국산 저가 로봇청소기들의 공세가 겹치며 실적은 급격히 악화됐다. 회사는 최근 파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된 상태였다.
2022년에는 아마존이 아이로봇 인수를 추진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아이로봇은 약 90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상당 부분이 자문 비용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으로부터 받은 2억 달러 대출 상환에 사용됐다.
이후 중국 PICEA 계열사는 칼라일이 보유하던 약 1억91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인수하며 아이로봇의 최대 채권자로 떠올랐다. PICEA는 신규 자금 투입과 부채 조정을 조건으로 인수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이번 파산 절차를 통해 사실상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아이로봇 측은 이번 파산 보호 계획이 직원 고용을 유지하고, 공급업체와 채권자에 대한 지급을 정상적으로 이행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아이로봇의 자산과 부채 규모는 각각 1억~5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된다.
한때 미국 기술 혁신의 상징이었던 아이로봇의 파산은, 하드웨어 중심 IT 기업들이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과 글로벌 규제 환경 속에서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