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권 전 회장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주가 변동 폭이 크지 않고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비추어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서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자기 회사 주식에 관한 시세조종 행위를 공모했다”면서도 “동기와 목적은 있었지만 시세차익 추구라는 측면을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시세조종”이라고 평가했다.
◇ 도이치 주가 2250원→7860원→3000원대…일부 피고인 손해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 동안 91명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주가 조작이 이뤄진 2009년12월부터 2250원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11년 4월19일 7860원까지 올랐지만 범행 마지막 단계인 2011년 11월에는 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 통정·가장매매 101건, 시세조종 주문 3083건이 발생했는데 권 전 회장은 895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부 피고인들은 손해를 입기도 했다.
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이던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2011년 10월26일 이전 이뤄진 행위는 사법부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며 면소 판결했다.
검찰은 앞서 2009년부터 약 3년여간 다섯 시기별로 나눠 이뤄진 주가 조작 행위가 사실상 하나의 범죄에 해당한다며 포괄일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범행의 유형이 달라 일부는 자본시장법상 공소시효(10년)가 만료됐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1단계(2011년 10월26일 이전)는 이른바 ‘주포'(주가조작 기획자)의 변경으로 인해 범행의 방식이나 범의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2~5단계(2011년 10월27일 이후) 범행도 패턴이 다르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주포와 투자자문사가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고, 전주와 계좌에 의한 시세조종이 지속돼 포괄일죄 관계”라고 판단했다.
◇ 법원 “일부 범행 공소시효 지나”…’전주’ 피고인 무죄
재판부는 또 시세조종에 돈을 대는 이른바 이른바 ‘전주'(錢主)로 불린 손모씨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시세조종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주가 조작 선수 이모씨와 투자자문사 대표 이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6000만원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손씨가 주식을 매수해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것일 뿐,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주문이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 피고인들과 연락 하에 매매를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큰손 투자자 혹은 이른바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법원 판단은 ‘전주’ 중 한 명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는 2010년경 투자자문사 측에 계좌를 맡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해 12월16일 결심공판에서 “주가 조작은 공정 경쟁을 저해한 행위”라며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을 구형하고 추징금 81억여원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