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의 총량규제로 문을 잠갔던 은행권의 대출 빗장이 풀리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이 대출한도와 시기를 제한한 전세대출 규제를 풀며 전셋값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높아진다.
◇시중은행 한도 상향·규제 완화로 전세대출 문턱 낮춘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완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금리인상 등에 따른 가계대출 감소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5월 1일까지 주택담보 및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한시적으로 낮춘다. KB전세금안심대출 상품 금리는 0.55%포인트(p), KB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25p 내려 각각 3.17~4.37%, 3.36~4.56%다.
우리은행은 5월 말까지 신규 가계 부동산 금융상품 신청 고객에 특별 우대금리 0.2%p를 추가 적용한다.
앞서 시중은행은 전세대출 규제도 완화한 바있다. 전세대출 규제 3종을 완화한 △전세 갱신 계약서상 임차보증금 80% 이내 가능 △임대차계약서상 잔금지급일 이후 전세자금대출 신청 가능 △1주택 보유자 비대면 전세자금대출 허용 등이다.
◇전문가 “전세시장에는 대출 한도 상향보다 제도 변화의 영향이 크다”
일각에서는 전세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전셋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 한도가 증가하면 집주인이 이를 전셋값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3월 4주 기준으로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이 -0.02%로 하락 폭이 축소됐으며 지방은 상승 전환했다. 최근 봄 이사 철과 전세대출 한도 상향이 겹쳐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출 규제를 풀어도) 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에 양방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구체적인 시장 영향은 계속해서 파악해 나갈 것이다”고 답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하며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추가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결국 가계의 이자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세대출 한도가 올라도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전세대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모두 유입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금 상승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임대차3법 같은 제도가 영향을 더 미친다”며 “전세시장은 실수요자 시장이기 때문에 대출이 많이 나온다 해서 전셋값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유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신용 대출을 받기보다는 전세 대출을 받는 경향이 있어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