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치사에 지역구도는 언제나 ‘상수’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전라도’, ‘국민의힘=경상도’라는 공식이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정치권은 공고한 지역구도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당선시 최초의 대구·경북(TK) 출신 민주당 대통령이 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호남 인사들의 대거 영입과 ‘새시대준비위원회’ 가동, 김종인 비대위 시절부터 추진한 당 서진정책의 융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두 후보의 불모지 공략은 실제 지지율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7일 조사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 19.0%, 부산·울산·경남(PK)에서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후보는 광주·전라에서 20.9%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조사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이 후보가 TK에서 28.9%, PK에서 30.9%를, 윤 후보가 광주·전라에서 18.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앞선 두 차례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가 해당 약세지역에서 얻은 득표율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7.76%, 전북에서 13.22%, 전남에서 1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최종 순위 2위를 기록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전국 득표율 격차가 3.5%p(포인트)로 박빙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이 호남에서 현재의 윤 후보만큼의 지지율을 표로 가져왔다면 더 안정적인 승리가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에서 21.76%(18대 19.53%), 경북에서 21.73%(18.6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보수당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고 안철수·유승민 후보도 나서면서 표 분산이 있던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19대 대선 TK 득표율은 18대 대선과 비교할 때 대폭 상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대부분 오차범위 내의 접전 양상이다.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과 비슷하거나 상회한다. 윤 후보는 자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확실히 상회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두 후보 모두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80여일 앞둔 대선이 다가올 수록 지역구도가 다시 공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층을 집결하면서 상대방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 후보는 ‘아들’, 윤 후보는 ‘아내’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윤 후보는 이준석 당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퇴의 ‘초유’의 일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TK는 호남보다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벽이 높지 않아 이 후보가 이곳에서 득표율 30%를 달성할 가능성은 있다”며 “반면 윤 후보는 호남에서 20%를 달성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운데, 만약 대선에서 20%의 득표율을 달성한다면 승리는 거의 확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