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맞대결을 펼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정치·경제·외교 분야 정책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정책 연대를 넘어 단일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셈법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공통 공약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뜻을 모으는 등 경쟁보다는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전날(2일) CBS 주관으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정치·경제·외교 분야 정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 주택 공급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꼬집으며 공세에 나섰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두 후보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 동일 지역구 4선 금지 소급적용 등 정치혁신에 공감대를 형성,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면서다.
토론 과정에서 김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비판하는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고, 반대로 이 후보는 가상자산과 관련한 김 후보의 견해에 직업 관료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는 취지로 말하며 추켜세웠다.
이 후보는 책임총리제 도입을 얘기하면서는 “대통령이 모든 걸 어떻게 다 알겠나. 제가 어떻게 후보님의 경제적인 전문성을 따라가겠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 후보는 김 후보가 공통 공약을 제도화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 도입에 “꼭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네거티브 공세가 빠지지 않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 후보, 김 후보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후보 단일화로 가기 위한 절차적인 성격으로 토론 자리를 만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과 새로운물결 측은 모두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양자토론은 정책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장이었다는 취지다. 이 후보, 김 후보의 토론으로 윤 후보를 압박하려는 민주당의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물결 측 관계자는 3일 뉴스1과 통화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정치공학적인 단일화가 아니라 정책연대다. 이런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후보는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선거운동 돌입을 앞두고 김 후보가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거 운동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10% 미만의 유효 득표율을 기록하면 선거 비용도 보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민주당 지도부도 단일화 가능성을 아예 닫아두고 있지는 않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 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김 후보께서는 이 정부에 대한 책임과 애정을 갖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서 상호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토론회 전에 일체의 의견 교환은 없었다”면서도 “그쪽(새로운물결)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