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실패한 이후 국민의힘은 협상 결렬에 대한 책임 공방에 집중하며 안 후보 측을 겨냥하고 있다.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지만 야권 내 갈등이 증폭될 수록 되레 윤 후보 지지율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최대한 안 후보 측에게 돌려 이같은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이례적으로 물밑 협상 과정을 드러냈다. 그는 물밑협상에서 자신을 대신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안 후보 측에선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전권 대리인으로 나섰고,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이 주장한 여론조사 얘기는 나온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협상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처음부터 단일화 협상 실패시 부담을 덜기 위해 협상 과정 공개를 계획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하며 취재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7일부터의 협상 내용이 상세히 나온 ‘단일화 협상 경과’라는 제목의 PDF 파일을 배포했는데, 해당 파일의 초기 제목은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였다. 윤 후보 측은 “실무자가 협상일지 문서를 만들 때 2017년 만들어진 표를 불러와 내용을 고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협상 실패 시 부담 경감을 위해 애초부터 계획됐다는 추측이 가시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은 앞서 윤 후보 등 협상 당사자가 직접 나서 책임 공방을 벌인 데 이어 이틑날에는 이준석 대표 등도 발벗고 나서 안 후보 책임론을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8일 YTN라디오에서 “이번에도 지지율 격차를 보면 (협상안이) 파격적 예우였는데 나중에 갑자기 파기한 걸 보면 국민의당이 이걸 뛰어넘는 제안을 기대한 것 같다”고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책임 공방을 통해 단일화 실패로 인한 지지층의 실망감 등 위험부담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렬의 책임이 윤 후보에게 돌려질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로 결집했던 일부 정권교체 지지층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권 내 책임 공방 자체가 윤 후보 지지율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우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유권자들에 책임정치가 실종된 이전투구로 비춰질 수 있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서로에게 책임 떠넘기거나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나오는 현재의 양상은 지지자들이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며 “유권자들은 특히 제1야당이고, 지지율이 높은 국민의힘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이라고 봤다.
협상 결렬 이후 노골화된 갈등이 안 후보 지지자들을 윤 후보에 대한 비토 세력으로 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표방지 심리로 윤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에 대한 반대를 위해 안 후보나 다른 후보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사례를 거론하며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안 후보 지지자들은 박근혜 후보를 찍은 것으로 안다”며 “단일화 불성사의 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대를 악마화하면 그만큼 상대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더 울분에 차게 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