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다시는 이런 영화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공기살인’의 연출자 조용선 감독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진행된 영화 ‘공기살인’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기살인’은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의 실체와 더불어 17년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증발된 살인자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작품의 배경이 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폐질환 피해자 백만여 명이 속출한 생활용품 중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세계 최초의 환경 보건 사건으로 기록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화학 참사다.
이날 조용선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는 데 6년 걸렸다, 다른 참사 얘기처럼 슬픔을 다뤄야 하나 했는데 알면 알수록 분노가 나오더라, 내 얘기일 수 있다 생각했다”며 “결국 해냈는데 아쉽다, 그래도 많이 봐주시고 우리 얘기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9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망자는 2만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 중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용선 감독은 “우리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화에 나온 사건이 진짜 있었던 사건인지 아닌지 검색 포털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분들이 어떻게 소송을 대응했는지, 처음에 민사 소송으로 진행된 것, 독성 실험 조작한 것 등은 쉽게 접하는 사실이다”라며 영화와 현실을 비교해보라고 제안했다.
또한 조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세 가지의 민을 했다고 했다. 그는 “첫번째는 대변하고 싶은 피해자의 상황이 너무 방대해 다 담을 수 없었다, 두번째는 가해 집단들이 영화에서 오류 정보 전달돼서 피해자 공격할 수단이 될까봐 괴로웠다, 세번째는 극장에서 개봉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투자도 받아야 하고 배우도 캐스팅 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흔쾌히 출연해준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나는 기쁜 마음으로 앉아 있다, 되게 오래 시간이 걸린 건 걸리 건데, 좋아하는 배우들과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전자에 언급된 두 가지 고민의 극복 방법은 딱 한가지였다, 이럴수록 냉정해져서 제3자의 눈으로 보자, 연출자인 저는 제3자의 눈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데 방해가 안 되려고 노력했고, 피해자 분들이 서운해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김상경부터 윤경호, 서영희, 이선빈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연기력이 보장된 배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김상경은 원인 모를 폐질환으로 가족을 잃고 사건에 뛰어드는 의사 정태훈을, 이선빈이 언니의 죽음으로 검사에서 변호사가 된 한영주 역을 맡았다. 이어 배우 윤경호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오투의 서우식 과장, 서영희가 태훈의 아내이자 영주의 언니 한길주를 연기했다.

‘살인의 추억’부터 ‘일급기밀’ ‘공기살인’까지 유난히 실화 소재 영화에 여러 번 출연한 김상경은 “실화 영화를 많이 했다, ‘공기살인’은 시나리오를 받을 때 운명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나이도 있으니 이게 하늘에서 나에게 주는 소임인가 보다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화를 다룬 영화를 할 때 주안점은 실제 사건과 관련된 분들이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 가족도 있다, 나는 피해자이자 사건을 파헤치는 두 가지 역할인데, 일단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떻게 온전히 전달할까에 초점을 맞췄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김상경은 영화를 찍으며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자신이 느낀 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가장 황당한 건 사건을 보면서 피해를 준 사람이 피해를 받은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아픈지 설명하라는 건 온당치 않다, 피해를 준 사람이 찾아다니며 보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됐다”며 “2020년인가 사회적 참사조사위원회를 할 때 신고도 10년 전 영수증을 갖고 계신 분 있나, 그걸 첨부해서 아픈 걸 밝히면 생각해보겠습니다, 하는 건 굉장히 말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2주 전인가, 피해 보신 분 뿐만 아니라 2주 전에 미국에서 수입한 자동차 방향제에 똑같은 성분이 들어있었다,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언제든 똑같을 수 있다, 많이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선빈은 영화에 대해 사명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었다,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감정선과 사연,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서 문제를 파헤쳐 나가려는 진실된 마음이 마음을 울렸다”며 “선배님들과 의미깊고 좋은 영화에, 사람들에게 잊지 말아야 하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기회가 사실 흔치 않은 거다, 이런 실화 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게 도전이고 모험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이 이만큼의 자료 조사를 주셨다, 이만큼의 사건 파일을 주셨다”며 “시험 공부 하듯이 요약하면서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봤다, 그걸 보는 순간 더 시나리오에 사명감이 생겼다, 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나에게 내 인생에도 큰 영광이 되겠다 싶어서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사명감이 컸던 탓일까. 이선빈은 영화를 찍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했다. 살이 빠지고 급기야 촬영이 끝나는 날에는 코피가 터지기도 했다고. 그는 “솔직히 정말 어려웠다, 그리고 이게 사실 배우로서 영주 역할로 이 작품에 들어갔을 때 누구보다 전달을 잘 해야 했고, 실수 하나 용납이 안 되는 역할이었다”면서 “내가 연기한 영주는 2011년의 영주여서 철저히 모르는 척 해야했다, 누구보다 공부 했지만 제일 모르는 척 하면서 가장 감정에 솔직했다, 그와 동시에 변호사로서 그 진실과 감정 사이에서 선을 조절하고 넘어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게 너무 무섭고 힘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선빈은 “자칫 잘못하면 누군가 기만하는 역할이 될 수도 있어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다”며 “끝나는 날 차에 탔는데 코피가 엄청 나더라, 이 스트레스가 무겁다 보니까 선배님들도 말씀해주셨는데 살이 점점 빠지고 끝나고 나는데 코피가 나는 걸 겪으니까 내가 이렇게 이만큼 해나가려고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싶더라”라고 회상했다.
서영희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내 역할은 평범한 가정주부고 사랑하는 남편을 그러다 보니 가족을 위해 한 행동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칼이 됐다는 것이 힘들었다”며 배역을 설명하다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서영희는 “코로나19 직전에 촬영을 마쳤다, 사실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어 흉내만 냈다, 내 아이가 다쳤을 때 ‘아팠다’ 하는 흉내만 냈고 지금 2년이 넘게 코로나19를 겪고 영화를 보면서 이 감정으로, 지금 느끼는 감정으로 연기했으면 조금 피해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며 “코로나19를 겪고 나니 이제야 이해가 돼서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목이 멘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극중 반전의 키를 쥔 윤경호도 영화를 찍을수록 영화를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윤경호는 “김상경 선배님이 다같이 회식하는 자리에서 흥행 보장은 못 해도 창피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서 뜨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하면 할수록 열정만으로 하면 안 되겠다, 정말 사건 속에 계셨던 분들, 주변 가까이에도 피해자들이 있었다는 걸 알면서 배우의 연기적 욕심으로만 하면 안되겠다, 누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감독과 함께 영화를 중심에서 이끈 김상경은 오랜 시간 ‘공기살인’이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봐왔다고 했다. 그는 “계속 ‘어떻게 되고 있니?’ 하고 물었었다, 꼭 제작이 되길 바랐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화 속 피해자들의 눈물이 단순히 ‘신파’라는 단어로 정리되지 않기를 원한다며 바람을 밝혔다. 김상경은 “내가 눈물을 흘리는 신은 미리 준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자서전을 쓰고 역할 만들어서 현장에서 연기할 때 눈물이 나오면 나는 거고 눈물이 안 나오면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실화 영화 대부분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영화적 신파라 생각하는건 폄하다, 실화를 다룬 영화들, 이번 영화도 내 아내가 그렇게 급작스럽게 죽는데 그런 것들을 보며 내면 연기라고 폼 잡는 게 맞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피해자와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 두가지를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큰 아이가 6학년이고, 둘째가 여섯 살이다, 이제 여섯 살 아이가 아버지가 TV에 나올 때 뭐하는지 궁금해한다, 내가 하는 작품이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인가, 도움이 되까 고민한다”며 “우리 영화는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부분도 많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공기살인’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