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규칙을 둘러싸고 당권주자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당 대표 경선은 당원 투표 70%와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이지만, 당권주자들은 각자 유리한 방식으로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대표적 비윤 (非윤석열)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자 당내에선 이른바 역선택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당원투표 100%’ 주장까지 나왔다.
21일 여권에 따르면 차기 전당대회는 당초 거론됐던 내년 2월을 넘어, 3~4월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당 관계자는 “내년 3월에 전당대회 준비 일정을 시작해 4월에 새 지도부가 뽑히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 두 자릿 수에 달한다. 내년 2월 이후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많은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다보니 당 대표 선출 규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높은 인지도의 안 의원은 현행 경선 룰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전날(20일) 페이스북에 “민심 반영 비율을 낮추는 것은 중도층과 멀어지는 자충수다. 현행 유지가 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00% 당원 투표 주장도 있는데 그런 논리라면 대의원만 투표해도 되고 더 줄인다면 국회의원만 투표해도 된다. 극단적으로는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 의원은 당 대표 경선 방식을 당원 100% 투표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같은 날(20일) 조 의원은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자기 당의 대표는 자기 당의 당원들에 의해서 뽑히면 된다. 이건 공직선거와는 다른 것”이라며 “당 대표의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당원들이 100% 뽑는 것이 저는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경우 ‘당권주자가 전대 규칙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다만 친윤(親윤석열)으로 분류되는 만큼 당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선 중진에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당내 기반이 두텁지만 대중적 인지도가 약하기에 당원 투표 비중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여론조사는 인지도가 높은 유 전 의원, 안 의원, 나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지난 17~19일 전국 성인남여 1000명을 상대로 10월3주차 전국지표조사(NBS)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유승민 26%, 안철수 10%, 나경원 10%를 기록했다. 김기현 의원은 3%, 주호영 원내대표는 2%를 얻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장제원 의원은 각각 1%로 동률을 기록했다. 윤상현 의원과 권성동 의원은 응답률이 집계되지 않았다. 지지 후보 없음 혹은 모름, 무응답은 43%였다.
일반 여론을 등에 업은 유 전 의원은 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에 부정적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7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총선에서 이기려면 민심이 중요한가 당심이 중요한가. 너무나 뻔한 상식적인 얘기”라며 “민심과 거리가 있는 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당원 70%, 여론조사 30%’의 현재 규칙을 유지하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이 국정감사 이후 비어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채우고 전국 단위 당무 감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점도 전당대회의 주요 변수다. 정치권에서는 당무 감사가 유 전 의원 등 비윤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해, 친윤계 중심으로 당원을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 전대 당시 당원 투표 1위인 나 전 의원을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나 전 의원을 유 전 의원의 대항마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도대체 누구한테 있는지 안 보이니 김기현·권성동·윤상현 등 누구에게도 표가 안 붙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김기현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 북한 도발 등 파급력 있는 주제를 높이며 ‘인지도 높이기’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4선 중진에, 당 원내대표도 지내 당내 신망이 두텁지만 대중적 인기가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4선의 윤상현 의원은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을 상대로 각을 세우는 한편,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당협대잔치를 열겠다는 것이야 말로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발언하는 등 비판적 목소리를 키워 본인을 알리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