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을 겨냥한 나토의 군사적 압력이 한층 더 강화되고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를 위시한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들의 공동전선 구축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토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린 동맹으로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국제정책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토는 특히 중국의 핵·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 활동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과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나토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중국에 맞서기 위한 ‘신(新)전략개념’을 준비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나토의 이 같은 정상회의 공동성명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이 올 1월 취임 이후 강조해온 중국 견제와 이를 위한 동맹국들 간의 협력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유럽으로까지 확장해간다는 데 30개 회원국이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집단안보체제인 나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미 ‘일대일로’ 등을 통해 유럽권 국가들에까지 뻗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나토를 앞세워 차단하고, △나아가 나토의 힘을 인도·태평양 역내까지 끌어들여 중국의 ‘공격적 행동’을 확실히 막아내겠단 미국의 구상이 이번 성명에 투영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의 주요 회원국은 이번 정상회의 이전부터 항공모함 전단 등을 하나둘 아시아권으로 진출시키고 있는 상황.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 프랑스 해군의 ‘샤를 드골’ 항모 전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항모 전단은 올 하반기 서태평양 일원에서 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 등과 연합해상훈련을 잇달아 실시한다.
독일에서도 해군 호위함을 연내 아시아권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 경우 중국 측의 거센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 수행을 자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역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군사적 활동에 참가할 것을 요구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협력 강화 대상으로 꼽은 우리나라와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4개국 모두 미국의 군사동맹국이란 점에서다.
일본·호주는 인도와 함께 미국과 ‘쿼드’로 묶여 있고, 호주·뉴질랜드는 미국과 ‘태평양안보조약'(ANZUS)을 맺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외에도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도 의식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이 이번 인도·태평양 지역 순항훈련 과정에서 부산에 기항하는 한편, 우리 군과도 연합훈련을 펼칠 예정이어서 ‘이미 길은 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