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족스럽지 않은 과거가 있다면 지금 당장 잊어버려요. 당신 인생의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그대로 믿어봐요. 원하던 것을 성취한 그 순간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그럼 그 힘이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어내도록 도와줄 겁니다.”
‘영혼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소설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다섯번째 산’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 엘리야의 이야기에 문학적 상상을 더한 이 책은 영어 중역으로 1998년 한 차례 국내에 소개됐는데, 문학동네는 포르투갈어 원전을 충실히 번역하고 구판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문장도 지금에 맞게 다듬었다.
이야기는 페니키아의 공주였던 이세벨에게 쫓기는 이스라엘의 예언자 엘리야가 ‘아크바르’라 불리는 도시 사렙타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엘리야는 이곳의 주민들과 갈등을 겪으며 위기를 맞는다. 아크바르의 총독과 사제장은 그들이 섬기는 여러 신이 살고 있다는 다섯번째 산 정상으로 엘리야를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들은 엘리야가 그곳에서 직접 신들의 불에 맞아 처형되리라 믿었다.
다섯번째 산에 오르며 엘리야는 신의 뜻에 의구심을 품는다. 그러나 산 정상에서 다시 한번 신의 뜻을 전해듣고, 무사히 산 아래로 내려와 주민들을 놀라게 한다.
생의 마지막이라고 여겼던 다섯번째 산에서도 무사히 살아 돌아왔지만, 엘리야의 인생에 수난과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아시리아군이 침략해 들어와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아크바르에서 그가 가장 소중히 여겨온 여인도 목숨을 잃는다.
엘리야는 신의 사랑에 대한 믿음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그는 아크바르에 남아 사람들과 연대하며 삶의 터전을 복구하기 시작한다. 엘리야는 주어진 운명에 굴하지 않고 끝내 인간을 주체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한 신의 진정한 뜻을 깨닫는다.
이 책은 성경 ‘열왕기’ 상권 17장과 18장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여기에 ‘창세기’ ‘신명기’ ‘레위기’를 비롯해 ‘마태복음’ 등 성경의 여러 구절이 곳곳에 인용됐다.
종교색이 짙은 소설로 평가받을 수도 있으나 코엘료는 위기의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진정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다.
또한 기원전 9세기경 고대 페니키아의 정세와 역사를 간략히 묘사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종이의 발명, 알파벳의 기원과 전파, 무역상 등 당시의 역사와 종교, 정치,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전한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아크바르에 역병이 번지지 않도록 노인과 아이들까지도 힘을 보태는 장면은 긴 팬데믹 상황을 겪은 우리에게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 다섯번째 산 / 파울로 코엘료 지음 /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1만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