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내달 중국 방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 측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 재개에 앞서 김 총비서의 방중 및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서도 중국을 방문,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임하며 북중 ‘혈맹’ 관계를 과시한 적이 있다. 미국과의 대화·협상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최대 우방’ 중국으로부터 선제적으로 확실한 지원을 약속받기 위한 행보였다.
내달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제100주년, 11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제60주년을 맞는 점도 김 총비서 방중과 같은 북중 간 고위급 인사 교류 전망에 힘을 싣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 “북미대화 재개를 고려할 경우 김 총비서 방중이나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20년 만에 조중우호협력조약 갱신이 이뤄지는 7월11일을 전후한 고위급 인사 방중·방북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실었다.
김 총비서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과거 이 조약 갱신 연도에 중국을 다녀간 사례가 있다.
일각에선 중국 또한 미중 갈등 상황 등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북한과의 밀착 행보를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은 지난 트럼프 정부 때에 이어 올해 바이든 정부 출범 뒤에도 미국과 전방위 갈등을 겪고 있다. 따라서 추후 대미 협상용으로 ‘북한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 정부도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 등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김 총비서 방중이 현실화되려면 일단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작년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중국·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 및 국제열차 운항도 중단했다.
북한은 올 들어 중국과의 교역을 일부 재개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에 해당) 자료를 보면 올 5월 북중 간 수출입을 합한 교역액 총액 346만3000달러(약 39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의 경우 북중 간 월간 교역액은 2억달러(약 2270억원) 수준을 기록했었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와 더불어 이 같은 ‘국경봉쇄’ 조치의 장기화 탓에 주요 생활필수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상당한 경제·민생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재차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내부 사정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리룡남 중국 주재 북한대사와 리진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1일 상대국 당 기관지 특별 기고를 통해 북중 간 소통·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김 총비서와 시 주석은 올 3월엔 양측 대사를 통해 북중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구두친서를 교환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중 모두 최고위급에서 움직이려는 의사가 분명히 있겠지만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라며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김 총비서가 북한을 떠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시 주석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