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급법원의 신임 법원장들이 참석하는 전국법원장회의가 오는 4일 열린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탄핵 관련 논란이 터진 후 처음으로 법원장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1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4일 오후 2시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국법원장회의를 연다. 법원장 회의는 통상 대법원장의 인사말 후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법원장들이 안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임 전 부장판사 탄핵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사과가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법원 안팎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법원장은 19일 법원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싣고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과정에서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일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여러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도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거짓해명 논란에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을 뿐,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큰 파장을 일으킨 ‘거짓해명’을 “부주의한 답변”이라고 규정하고 ‘정치권 눈치보기’ 비판에는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법조계 안팎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것이라 책임있는 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과거 대법원장들이 사법 현안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한 것과 달리 법원 직원만 볼 수 있는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린 것도 비판을 받았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6년 조관행 전 부장판사가 재직 시절 법조브로커에게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전국의 모든 법관들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직접 고개를 숙였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2016년 김수천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긴급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직접 대국민사과했다.
때문에 김 대법원장이 이번 법원장회의에서 전 대법원장들처럼 직접 사과에 나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토론 시간에 법원장들이 어떤 의견을 낼지도 관심사다.
이번 신임 법원장들 중 일부는 취임사에서 이례적으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며 작심발언을 한 바 있다. 이번 법원장회의는 지난 2월 정기인사 후 신임 법원장들이 참석하는 첫 회의다.
김찬돈 대구고법원장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언론의 준엄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균용 대전고법원장도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정치권력, 여론몰이 꾼, 내부 간섭 등 부당한 영향에 의연한 자세로 용기 있는 사법부를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김우진 울산지법원장은 “사법부가 당면한 현실을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기보다는 힘들더라도 사법부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