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유세전이 중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을 향해 상반된 언어를 구사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모습에 시선이 쏠린다.
22일 보수 야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현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히틀러’ ‘꼬라지’ 등 원색적 단어를 써가며 비판에 나서는 반면, 과거 민주당 정권을 이끌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위대한 지도자’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지난 16일 호남 유세에 나선 윤 후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호평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과거 국민과의 대화에서 남태평양 무인도에 들고 갈 세 가지로 ‘실업’ ‘부정부패’ ‘지역감정’을 꼽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경남 김해를 방문하면서는 해당 지역이 고향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차 안에서 노 전 대통령님을 생각하며 김해에 왔다”며 “노 전 대통령께서는 원칙 없는 승리보다 원칙 있는 패배를 택하겠다고 하셨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당이 맞냐”면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을 겨냥해 “이들이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파는 것을 믿지 말자. 어디다 그런 분들을 내놓고 선거 장사에 이용하나”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이같은 유세 메시지에는 여권 지지층을 가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문재인 정부나 이 후보에겐 다소 비판적이지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민주당 지지층을 이 후보에게서 떼어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대중·노무현과) 현 여권이 하나의 흐름 속에 있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은연 중에 양자 사이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는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지향하던 사람들은 혼란스러워진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민주당 정부’로 지칭하거나 이 후보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8일 대구 달성군 유세에서 “지금 이재명 후보 옆에 붙어 있는 민주당 사람들이 바로 지난 5년 간 이 정권의 경제와 외교안보를 다 망친 주역들”이라고 비판했다. 내용상으로는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 것이다.
윤 후보는 마찬가지로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유세에선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비판하면서도 현 정부를 ‘이 민주당 정권’으로 칭하며 “5000만명이 사는 이 나라에 원칙없이, 과학없이 주먹구구로 되나”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권교체’를 외치는 야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 대신 ‘민주당 심판’을 외치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이같은 행보는 임기 말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감안해 여권의 결집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