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달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차량용 반도체 칩 물량 부족이 생산차질로, 생산차질은 또다시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수급 불안이 개선되면서 이번 달부터는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봤다.
3일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차)의 8월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총 54만499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7만3279대)보다 4.9% 줄어든 수준으로, 국내와 해외 판매 모두 줄었다.
여름휴가 영향도 있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직격탄이 됐다. 올 상반기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는 여전히 부담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시장 재고월수는 약 1개월 초반으로, 정상 수준(약 3개월 내외)을 크게 밑돌고 있다. 기아 미국법인은 지난달 가용재고의 74%가 판매된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 → 생산 차질 → 재고 감소 → 판매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AFS(Auto Forecast Solutions)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글로벌 생산 차질 규모는 623만대로 예상된다. 올해 수요 8728만6000대의 7.1%에 달하는 수준이다.
재고가 감소하면서 8월 미국시장 평균 인센티브도 2424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5% 낮아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센티브는 각각 1481달러(-43.7%), 2236달러(-33.5%)로 집계됐다.
앞으로 관건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해소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완전한 정상화는 내년은 돼야 한다면서도 최악은 지났다고 봤다.
생산 차질이 9월 이후 완연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FS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차질이 전 세계 약 82.7% 진행된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상 반도체 대란이 막바지 단계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차량용 반도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개선되고 있다”며 “정점은 지났으며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8월 판매 부진은 예고된 수순”이라며 “9월 이후부터 극심한 생산 차질은 대부분 사라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급에 숨통이 트이면 현대차와 기아 등의 판매량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량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이다. 만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만 하더라도 5월 이후 다소 꺾이긴 했지만, 지난해보다는 여전히 약 40% 높은 상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측면에서 제한요인이 있지만 수요측면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델타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기존 대비 생산 정상화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중장기 볼륨 성장 기대요인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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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 News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