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판정 시비를 딛고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에이스 황대헌(강원도청)은 9일 열린 1500m에서 기다렸던 첫 메달을 안겼다. 메달 획득은 실패했지만 이준서(한국체대), 박장혁(스포츠토토)도 결승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은 황당한 판정 탓에 얼어붙었던 선수단 분위기를 단번에 녹였다. 동시에 ‘멀티 메달’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남자 대표팀은 이제 500m와 5000m 계주를 남겨두고 있다. 황대헌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500m 못지않게 2006 토리노 올림픽 우승 이후 16년째 노골드에 그치고 있는 계주도 관심이다.
토리노 대회 이후 남자 계주 최고 성적은 2010 밴쿠버 대회 은메달이다. 2014 소치, 2018 평창에선 빈손에 그쳤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다. 다시 금메달을 가져올 적기라는 평가다. 계주에는 곽윤기,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김동욱(스포츠토토)이 출전한다.
특히 밴쿠버 대회 계주팀 일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맏형’ 곽윤기의 각오가 남다르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만큼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려 한다.
한국은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 탓에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황대헌, 이준서의 부상이 겹쳐 대회 초반 입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김동욱-곽윤기-박인욱(대전시체육회)-박장혁이 달린 마지막 4차 월드컵 때 짜릿한 레이스로 시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때 빛을 발한 선수가 바로 곽윤기다. 한국은 계주 결승 막판 캐나다에 밀려 금메달과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곽윤기가 결승선까지 반 바퀴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추월에 성공, 가장 먼저 골인했다.
통산 3번째 올림픽에 나선 곽윤기는 쇼트트랙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다.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한다.
곽윤기는 부상으로 2014 소치 대회를 건너 뛰었으나 2018 평창 때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안방에서는 소득이 없었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유종의 미를 꿈꾼다.
에이스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황대헌이 든든하고, 월드컵을 통째로 날렸던 이준서도 좋은 컨디션으로 힘을 합치니 전망이 밝다.
‘쇼트트랙 여제’ 진선유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때 이준서가 빠진 것과 달리 이번엔 완전체다. 선수들 실력으로만 보면 메달권”이라고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