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에너지 시장 충격을 과소평가한 채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가 국제 유가 폭등과 막대한 군사비 소진이라는 예상 밖의 후폭풍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이전부터 중동 에너지 시장의 혼란을 단기적인 문제로 판단하고 이란 정권 제거를 우선적인 전략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실제 전쟁이 시작되자 이란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참모들은 당시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중동 석유 공급이 전쟁으로 인해 심각하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이란은 이를 체제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유조선 공격을 경고했고 실제로 여러 선박이 공격을 받으면서 걸프만 해상 운항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행정부의 비공개 브리핑 이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다시 열기 위한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략 부재는 정부 내부의 메시지 혼란으로도 이어졌다. 라이트 장관은 미 해군이 유조선을 호송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삭제했다. 실제로는 호송 작전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더해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매설하려 한다는 첩보까지 입수되면서 상업 선박 운항 재개는 더욱 어려워졌다. 미군은 기뢰 매설 함정을 공격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전쟁의 비용은 경제 충격에 그치지 않았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전쟁 초기 단 이틀 동안 미군이 소모한 탄약 규모는 약 56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속도로 미국 안보 예산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은 고유가가 경제 정책 메시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도입과 텍사스 정유 시설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인 유가 상승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부 내부에서도 전쟁 목표를 두고 의견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에 굴복하는 지도자를 세워야 한다는 강경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란의 미사일 능력과 해군력을 약화시키는 전술적 목표에 집중하며 조기 종전을 위한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조선 선원들에게 “배짱을 보여라”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독려하고 있지만, 이란의 공격 위협과 기뢰 가능성 속에서 해협 운항 정상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 역시 원유 공급 영향력을 지렛대로 삼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은 평화와 번영의 해협이 될 수도 있지만, 전쟁을 일으킨 이들에게는 패배와 고통의 해협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