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잠행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은 지 닷새째인 12일 긴 침묵을 깨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낼지 주목된다.
전날(11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판단했다. 당 대표 자리가 아예 빈 것이 아니라 6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직무 수행을 못 한다고 본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직무대행 체제 기한은) 기본적으로 6개월이지만 정치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니까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출연한 채널A 방송에선 “가정을 전제로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면서도 “경찰 수사 결과가 앞으로 지도체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체제 변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표가 6개월 뒤 복귀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경찰 수사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셈이다. 언제라도 비상대책위가 들어설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선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급변하게 돌아가는 당내 상황 속에서도 침묵 모드를 이어갔다. 그는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의총 결과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집 앞에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 명의의 내용증명이 도착했으나 부재중이라 전달하지 못했다는 우체국의 안내서만 부착돼 있었다. 인근 당협 사무실 역시 불이 꺼진 채 조용했다.
이 대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윤리위 재심 청구나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이 있지만 그마저도 확실한 대응 방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를 적극 엄호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은 것은 현실적인 고민 지점이다.
윤리위 재심 청구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가처분 신청은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윤리위 징계가 법적으로 인정돼 정치적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유일하게 기댈 곳은 여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잇달아 당원 가입 링크를 공유하며 당내 우호세력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때 이 대표가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전날에도 의총 결과에 대한 언급 없이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입니다”라는 글과 국민의힘 온라인 입당 링크를 올렸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가 결정된 지난 8일에도 “한 달에 당비 1000원 납부 약정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되어 국민의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3분이면 된다”며 온라인입당 글을 올린 바 있다.
2030 남성 등 이 대표 지지층이 대거 책임당원 지위를 얻을 경우 향후 당의 중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편 결정타는 이 대표의 성 상납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벗으면 친윤(친윤석열)계를 향한 반격에 나설 수 있지만, 혐의가 입증될 경우 당권에서 멀어질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