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고생했을 텐데 모두 축복해주고 싶어요”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이 끝나기 30분 전인 오후 4시10분 서울 종로구 경복고 정문 앞에는 학부모 5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차안에서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거나 휴대폰으로 시간을 자주 확인하며 초조하게 자식들을 기다렸다. 자녀에게 줄 꽃다발과 마실 음료수와 빵을 들고 기다리는 학부모도 있었다.
오후 4시50분쯤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자 수많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시험 종료 40분 전부터 학교 정문에서 대기하던 한 50대 여성은 수능을 마치고 아들이 나오자마자 부둥켜 안았다.
그는 “이번에 수능을 본 아이들 모두 코로나 때문에 정규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묵묵히 버텨온 아이들이 대견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정문의 풍경도 비슷했다. 시험 종료 1시간 전부터 마중나온 학부모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들은 학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나오자 “그동안 고생했다”,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며 손을 잡거나 안아줬다.
재수생 자녀를 둔 50대 이모씨는 “재수하기 전 어떤 결과가 나와도 원망 말고 받아들이자고 했다”며 “힘든 생활을 1년이나 더 한 만큼 100%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울먹이던 부모들과 달리 학생들은 대부분 후련한 표정이었다. 교문에서 만난 어머니를 5번이나 번쩍 들어올리는 학생도 있었다.
박모군(18)은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1교시가 지나고 나니깐 다른 교실에서 모의고사를 푸는 느낌이었다”며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마음 편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군(18)도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며 “부모님께 그동안 키워주고 뒷바라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이번 수능 난이도에 대해 지난해와 달리 “국어가 조금 쉬웠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탐구영역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수생 이모양(18)은 “지난해 수능 국·영·수 기출문제를 풀 때에는 어렵다고 느꼈는데 이번 수능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면서도 “과학탐구영역은 모의고사 때보다도 어렵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모군(18)도 “국어가 좀 쉬어서 1교시 마치고 긴장을 많이 풀 수 있었다”라면서도 “사회탐구영역은 예전보다 많이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