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인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김재혁)는 17일 살인 혐의로 고모씨(45)를 구속기소 했다.
고씨는 지난 10월25일 오후 8시10분께 경기 광명시 소하동 소재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 A씨(42)와 아들 B군(15), C군(10)을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둔기로 내려치고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6월 회사를 그만두고 별다른 소득없이 지냈던 고씨는 부인 A씨와 잦은 언쟁을 벌였고 자녀들과도 소원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고씨는 지난달 3일 첫째 아들인 B군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없이 신고 외출하자 심한 폭언과 욕설을 했고, 이 때 평소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가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범행 후, 경찰 조사에서 “8년 전 기억을 상실했다가 최근에 기억을 되찾았다. 내 인격은 3개다”라며 ‘기억상실증’ ‘다중인격장애’ 등을 주장했지만,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 이는 모두 거짓으로 판정됐다.
검찰은 고씨가 가족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부당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누적돼 분노감이 증폭된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범행에 앞서 지난달 25일 오후 7시50분께 폐쇄회로(CC)TV가 있는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간 뒤, CCTV가 없는 1층 복도창문으로 들어와 계단을 통해 자신의 거주지로 들어갔다.
고씨는 자신의 부인에게 “1층에 가방이 있으니 가져오라”며 밖으로 내보낸 뒤, 집으로 들어가 B군을 먼저 살해했다. 이후 집으로 들어온 A씨와 C군에게 순차적으로 범행했다.
고씨는 애초 가족을 둔기로 가격한 다음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던져 극단적인 선택으로 위장하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이 쉽게 기절하지 않자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고씨는 범행 후 주거지 인근 PC방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뒤 “외출하고 오니 가족이 살해되어 있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의 자매 및 모친에게는 장례비와 심리치료비를 지원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위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유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