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북미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픽업트럭 ‘산타크루즈’가 미국-캐나다 간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수천 대가 캐나다 국경 근처에서 출고되지 못한 채 발이 묶였고, 이로 인해 캐나다 내 판매량은 80% 이상 급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미국은 지난 4월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전면 부과했고, 이에 대응해 캐나다도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이미 미국 내에서 생산 완료된 산타크루즈 수출 물량은 국경 통과 자체가 차단되며 현지 딜러 공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캐나다 현대차 법인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2574대를 판매했던 산타크루즈는 2025년 6월 기준 단 38대만이 판매되며 전년 동월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 역시 1460대로, 전년 대비 6.8% 감소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산타크루즈를 전량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캐나다에는 2.5L 터보 사양의 단일 모델만 공급해 왔다. 최신 모델은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지문인식 기능 등 첨단 옵션을 갖췄지만, 정치적 관세 장벽 앞에서 상품성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현대차 CEO 스티브 플라망드는 “딜러와 소비자들이 대기 중인 상황이지만, 단기적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북미 픽업 시장은 포드 F-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 램 트럭 등 전통 강자들이 장악한 최대 격전지다. 현대차는 산타크루즈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으나, 이번 정치적 변수는 현대차의 북미 전략 자체를 흔드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는 캐나다 현지 생산 기지 구축이나 대체 수출 시장 다변화 등 전략적 결단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판매 차질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로서는 현지화 전략 강화와 정치 리스크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할 중대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