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發)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복합위기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면서 국내 물가 ‘정점’이 정부가 당초 예측한 10월보다 뒤로 밀리지 않겠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2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26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22원 급등한 14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1435.4원까지 올랐는데, 장중 환율이 1430원을 넘은 건 2009년 3월17일(고가 1436원) 이후 13년6개월여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16일 144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강달러, 즉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가공식품 가격,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 중이라 고물가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고환율에 따른 원가부담을 이유로 농심과 오뚜기, 팔도, CJ제일제당 등 식품업계에서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최근 낙농가 생산비 급등으로 원유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큰데, 이로 인해 다른 식품 원료가 되는 흰 우유 가격 등이 오르면 가공식품 가격은 한 번 더 뛸 수 있다.
올 4분기 전기·가스요금도 인상된다. 정부는 내달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은 킬로와트시(㎾h)당 4.9원, 가스요금 정산단가는 1.90원에서 2.30원으로 0.4원 각각 올리기로 했다.
여기다 기획재정부는 고물가 속 국민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재정난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같은 대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공산이 적잖아 ‘물가 정점’이 10월 이후로 밀리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정점이 미뤄질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점은 10월로 보지만 내려오는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더 크게 튄다든가 미국 금리인상으로 환율이 더 절하되면 정점도 바뀔 수 있다”며 “변동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은은 환율이 10% 오를 때마다 물가가 0.6% 상승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까지 갈 경우 연간 물가상승률을 밀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현 물가 오름세가 오래 간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물가상승률이 5~6%대에 있는 한 한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을 희생해도 물가안정”이라고도 했다.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에다 고물가까지 금리에 상방압력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0월 물가 정점론’을 유지하고 있으나, 전문가 사이에선 통화·재정당국 모두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압력을 낮출 방안을 고심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지난 25일 KBS에 출연, “조심스럽지만 10월 정점을 전망한다”며 “환율급등으로 물가부담이 있긴 하지만 장마·태풍을 거치며 농산물 가격도 안정될 것 같고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세를 감안하면 당초 정점론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는 통화가치 하락으로 추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발생하고 있어 물가 정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현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통화·재정당국 모두 매우 심각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