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왕과 왕비 등이 휴식을 취하던 육각형 2층 정자인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가 3년에 걸친 복원 끝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향원정은 경복궁 후원 영역에 네모난 연못을 파서 가운데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조성한 상징적인 2층 정자 건물로, 경복궁 중건시기인 고종 4년(1867)부터 고종 10년(1873)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5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향원정과 취향교 복원을 3년 만에 완료하고 이날 언론에 내부를 우선 공개했다. 국민에는 내부를 2022년 4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향원정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낡고 기울어지면서 지난 2012년 정밀실측조사를 시작으로 주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다가 2018년 11월부터 보수공사에 들어가 총 3년 간의 공사 끝에 이번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그동안 경복궁 향원정과 취향교는 정확한 창건연대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1887년(고종 24년)의 ‘승정원일기’에 ‘향원정’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면서 건립 시점을 1887년 이전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복원공사에서 실시한 목재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1881년과 1884년 두 차례에 걸쳐 벌채된 목재가 사용된 것이 확인되어 건립 시기를 추정하는 근거가 마련되면서 향원정 건립 시기는 1885년으로 추정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복원의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건청궁에서 향원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세워진 취향교의 위치를 바로잡은 것과 그동안 베일에 싸인 구들의 구체적인 형태를 찾은 것이다.
취향교는 향원정의 북쪽에 세워진 다리였으나, 한국전쟁 때 파괴되고 나서는 1953년 관람 편의를 위하여 본래 위치(향원정 북쪽)가 아닌 향원정 남쪽에 세워졌다 이번에 원래의 자리를 찾아 복원됐다. 이전에는 석교 교각에, 목재 난간을 갖춘 평교형태였다 이번에 아치형 목교로 제 모습을 찾았다.
정현정 문화재청 주무관은 “하얀색을 칠한 것은 아치교(취향교)는 사진으로 분석한 결과 하얀색인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라며 “사진엔 향원정의 외부 난간과 다리에 전등이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를 복원하기 위해 현재 고증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구들의 구체적인 형태와 연도(연기가 나가는 통로)의 위치 등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유구를 그대로 활용하여 향원지 ‘호안석축'(강이나 바닥기슭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만든 돌벽) 외부와 연결된 낮은 형태의 굴뚝을 복원했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정 주무관은 “연못 쪽으로 연도 말단 부분이 끝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현재 그 위에 덮개석만 올려 놓은 상태”라며 “발굴조사하면서 계측했을 때 연도가 낮은 편이라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을까 했지만, 배연실험으로 연기가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것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향원정의 6개 기둥 중 동남방향 초석(주춧돌)에 대한 조사를 통해 건물 기울어짐의 주요 원인이 초석을 받치는 초반석의 균열로 인한 초석 침하현상이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복원과정에서는 전통방식의 말뚝기초 시공을 통해 지반을 보강했으며, 향원지 영역의 옛 사진을 분석해 변형·훼손된 절병통, 창호, 능화지, 외부 난간대 등을 복원했다.
1층 내부에서 주안점을 두고 봐야하는 점은 파란색의 능화지로 도배를 했다는 것이다. ‘능화지’는 마름꽃의 무늬가 있는 종이로 이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다. 종이는 요철무늬의 능화판에 밀랍을 바르고 그 위에 한지로 된 배접지를 올린 후 밀돌로 밀어 문양을 시문해서 제작한다.
능화지 복원에 참여한 강성찬 중요무형문화재 배첩장 이수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종이”라며 “산화방지나 습기제거 기능이 뛰어나 책을 만드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천장 벽지가 파란색인 이유는 옛부터 입신출세를 뜻하는 ‘청운의 꿈을 품다’라는 말을 새겨 궁세자나 양반댁 귀한 아들들의 방을 파란색으로 도배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2층 내부에선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향원정의 원형 단청도 확인했는데, 향후 단청안료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법궁 경복궁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민족문화유산의 품격과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경복궁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 궁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