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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APAN AWARDS 조직위원회 제공) 2021.1.23/뉴스1 DB © News1 |
역사 왜곡 논란의 파장은 예상보다 더 컸다. 방송은 폐지됐고 주연 배우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조선구마사’ 충녕대군 역의 배우 장동윤은 27일 소속사 동이컴퍼니의 인스타그램에 “‘조선구마사’에 주연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저의 생각과 입장을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많은 분께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답변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며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장동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것은 제가 우매하고 안일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보아야 할 부분을 간과했다, 큰 잘못이다”라고 적었다.
또한 장동윤은 “개인의 도덕적인 결함이 없으면 항상 떳떳하게 살아도 된다는 믿음으로 나름 철저하게 자신을 가꾸려 했다, 그런데 정작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 발생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다만 너그러이 생각해주신다면 이번 사건을 가슴에 새기고 성숙한 배우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장동윤 뿐 아니라 장동윤의 소속사 동이컴퍼니도 사과 글을 올렸다. 소속사 측은 역시 같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 역사 인식에 관하여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작품에 임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배우와 함께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작품 선택에 있어 더 신중하게 고민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첫 방송 이후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태종(감우성 분)이 죽은 아버지 이성계의 환영을 본 후 광기에 빠져 백성들을 학살하는 내용, 명나라와 국경이 맞닿은 의주 지역에서 대접하는 음식이 중국식으로 차려진 점 등을 지적 받았다.
이후 드라마 홈페이지에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조선구마사’에 협찬, 제작 지원, 광고를 편성한 기업에 대한 보이콧도 이어졌다. 그 결과 대다수의 기업은 지원을 철회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제작사와 방송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방송분을 재정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청자들의 항의는 계속 됐다. 이에 결국 SBS는 26일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했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서도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 되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사 스튜디오플렉스와 크레이브웍스는 드라마의 제작을 중단하고 해외 판권 계약 해지했으며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도 중단했다고 알렸으며 드라마의 공동제작 및 부분투자로 참여했던 롯데컬처웍스도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이 방송 취소까지 이어진 것은 예민한 시국의 영향도 컸다. 현재 중국은 한복이나 갓, 김치 등을 중국의 전통문화라고 주장하는 ‘신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며, 온라인 상에서도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을 둘러싸고 우리나라와 중국 누리꾼들이 날선 대립을 펼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비빔밥 광고를 내는 등 우리 문화 홍보에 앞장섰던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조선구마사’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제작진 역시 입장문에서 ‘예민한 시기’라고 언급했듯이, 이러한 시기에는 더 조심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이미 한국 드라마는 글로벌화가 되어 정말로 많은 세계인들이 시청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훌륭한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곡 된 역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