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여파가 국내 주요 인테리어·가구 업체들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인테리어·가구 수요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 관련 업체 실적부침은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한샘, 현대리바트, LX하우시스 등 주요 인테리어·가구·건자재 업체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모두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한샘은 지난해 영업이익 681억원, 매출 2조23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26.9% 줄었다. 매출액이 소폭(7.9%) 확대됐으나 수익성은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75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 매출 및 영업이익은 202억원, 1조4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1.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45.6% 감소했다.
LX하우시스 상황도 다른 기업과 비슷하다. 지난해 LX하우시스 실적은 영업이익 673억원, 매출 3조47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14.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2% 줄었다.
다만 주요 건자재 업체 중 KCC는 지난해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 지표를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 3827억원, 매출 5조87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6% 늘었고 영업이익은 185.9% 확대됐다.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실리콘 생산거점 셧다운 영향으로 2020년 실적이 크게 악화된 점이 자리 잡고 있다.
KCC 매출의 60%는 실리콘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실리콘 생산거점 셧다운이 해제되며 수익성이 어느 정도 회복된 데다 2020년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지표상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주요 업체들이 매출 확대에도 수익성 확보에 실패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물류비 인상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 수차례에 걸친 가구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섰으나 원자재값 인상 여파와 물류비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을 버티지 못했다.
가구에 주로 사용되는 러시아산 제재목(3.6m·3.0㎝·3.0㎝ 규격) 가격은 2020년 12월 39만원에서 1년 사이 57만으로 올랐다. 가격 상승률만 따지면 46%포인트에 달한다.
물류비 상승세도 부담이다. 이달 11일 해상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배 상승한 4980.93을 기록했다.
비용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자 가구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도 원자재 가격 부담에서 비롯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손실보전을 위해 가구 가격을 급격하게 올리면 판매전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마저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 거래가 침체기에 놓였다는 점도 악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공급실적 및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만377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7%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황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몇 번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긴 했으나 비용부담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