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선 판세가 내주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최재형 감사원장과 국민의힘의 홍준표 의원·황교안 전 대표가 내주 초 대선 레이스에 일제히 시동을 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범보수 야권에서 윤석열·최재형·황교안·홍준표 4명의 주자가 내주 대선 도전 가시권에 뛰어들 예정이다.
먼저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오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4일 최지현 임시 부대변인을 통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 선언문은 윤 전 총장이 직접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선언을 마친 뒤에는 기자들과 질의응답에 나설 것이라고 알렸다.
잠행이 길었던 윤 전 총장이 이른바 ‘윤석열 X파일’에 어떤 입장을 밝힐지, 그가 ‘전언 정치’를 한다고 지적을 받은 부분에는 어떤 메시지를 낼지, 그동안 각계 전문가를 만나며 ‘대선 과외’를 받아온 결과물은 출마 선언문에 어떻게 담길지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입당에 관한 질문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잠행 기간이 길었던 만큼 그가 발표하는 비전의 완성도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인데, 그가 내는 메시지에 따라 야권의 대선 판세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건 윤 전 총장과 일종의 ‘대체재’ 관계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이르면 28일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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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감사원장이 전날(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최 원장의 최측근은 다음주 초 감사원장 사퇴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 밝혔다. 2021.6.26/뉴스1 © News1 |
최 원장은 윤 전 총장과 정치적 토대를 형성해 온 배경이 유사하다. 문재인 정부의 신임을 받아 임명되었다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점이 겹친다.
하지만 최 원장과 관련해서는 ‘X파일’ 등 네거티브의 빌미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두 아들을 입양하거나 몸이 불편한 친구를 2년간 업어서 등하교시켰다는 등의 미담이 전해지면서 ‘단점이 없는’ 윤 전 총장의 대체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원장의 최측근은 전날(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 원장이) 다음주 초에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발표는 사퇴를 먼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다음 수순은 (대권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따라서 최 원장은 이르면 내주 월요일인 28일 거취를 표명하고 바로 대권 레이스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의 출정식이 얼만큼 여론의 기대에 부응하느냐에 따라 최 원장의 선호도도 크게 출렁일 개연성이 크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1년 3개월 만에 복당에 성공한 홍준표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가 내주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당에 돌아온 홍 의원은 복당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권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권교체의 마지막 노력을 여의도로 가야만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20년 총선에)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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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개월만에 국민의힘에 복당한 홍준표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6.26/뉴스1 © News1 |
홍 의원은 내주 월요일(28일)부터 바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28일 오후 7시 ‘청년정책토크쇼’를 열고 청년과의 문답 방식으로 열리는 정책 간담회를 진행한다.
29일에는 국민 8000여명을 면접한 후 작성했다는 ‘인뎁스 보고서’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홍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발표 날짜가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날짜와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벌써 열흘 전에 계획했던 것”이라고 잘라 답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해 줄곧 견제의 날을 세워 온 홍 의원은 활동을 본격화하며 윤 전 총장을 비판·지적하는 메시지를 더 왕성하게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30일에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30일 책 출간 행사를 연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후 처음으로 쓴 책이라는 저서의 제목은 ‘초일류 정상국가 : 다음 세대와 함께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출판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황 전 대표도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며 대권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3일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이냐는 질문에 “제가 할 일이 있다면 할 것이고, 갈 길이 있다면 뚜벅뚜벅 당당하게 가겠다 “고 말했다.
책 내용에 관해서는 “그동안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나라가 어떻게 돼야 할 것인가 비전을 세우고 정리했었는데, 그런 것들을 정리했다”며 “저의 부족함이 우리들의 부족함으로 국민에게 오해가 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결국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해서 정권교체로 가는 길에 지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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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전날(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6.26/뉴스1 © News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