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상임고문 20명과 오찬을 가진 가운데 일부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전담하는 ‘영부인 전담반’을 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조언을 포함해 고문들의 여러 의견에 특별한 답은 하지 않았으나 진중히 경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날 상임고문들은 윤 대통령에게 ‘영부인 전담반’을 비롯해 경제, 안보 문제 및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등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조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상임고문들의 이같은 의견들을 매우 진지하게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한 상임고문은 “영부인 관계를 그렇게 적당히 남기지 말고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식 고문은 “김 여사에 대해서는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특별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제2부속실같이 영부인 전담반을 두는 게 좋다는 얘기는 있었다”고 전했다.
유준상 고문도 “(김 여사와 관련) 별 얘기가 나온 건 아니었다”면서도 “그 부분(김 여사)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기관을) 둬서 국민의 좋은 여론이 형성되도록 뒷받침하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따로 답변하진 않았다.
경제 부문에 대해서도 여러 조언이 쏟아졌다. 김용갑 고문은 “윤 대통령은 ‘앞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아주 열심히 잘 하겠다’고 하더라”며 “경제 문제에 대해 올인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경제전문가’로 유명한 나오연 고문은 “경제가 생각보다 어려우니 경제전문가들을 많이 기용해 난국을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안보에 대한 당부도 많았다. 주일본대사를 지낸 유흥수 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국교 정상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문화 개방 등을 예로 들며 ‘한일관계 정상화’를 지속 추진해달라고 강조했다. 유 고문은 “한일관계가 5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는데 윤 대통령 당선 후 어둠이 걷히고 있다”며 “반대하더라도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가진 지도자는 그걸 무릅쓰고 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안보를 튼튼히 해달라”고 말했다.
이해구 고문 또한 “지난 5년간 안보에 대해 우리가 혼란스러웠고 앞이 안 보였다”며 “(윤 대통령이 안보에 대해)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모습에 국민들이 안심한다. 계속 대북관계나 대중 관계에 있어 안보를 흔들림 없이 지켜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준상 고문이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윤 대통령은 “사이버 보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유 고문은 사이버 보안 정책에 대한 건의서를 참모진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당의 관계’를 잘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앞서 정치를 해보지 않았던 만큼 더 신경 써서 당과의 관계를 잘해달라”는 언급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준석 대표 등 당내 혼란이 있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에게 “당이 원만히 갈 수 있도록 대통령이 적절히 관여하면 좋지 않겠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고문 등은 당과의 유대 강화, 언론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정무장관’을 부활시키라는 제안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상임고문들은 윤 대통령이 이날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 “대선배님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매우 만족해한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으로 당과는 큰 인연이 없다는 점에서 거리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윤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것이다. 황우여 상임고문은 “연배가 높으신 고문들께서 윤 대통령의 (깍듯한) 표현을 매우 좋아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은 도시락으로 진행됐고, 참석자들에게는 윤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가 선물로 제공됐다. 한편 용산 대통령실 오찬에 대한 평은 다소 엇갈렸다. 한 참석자는 “예전에는 춘추관(청와대 기자실)도 둘러보고 했는데, 이번에 갔을 땐 구조가 어떻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 아쉬워했다. 반면 또 다른 참석자는 “청와대는 특유의 분위기에 눌리는 게 있었는데, 이번 오찬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