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장 해임 여파로 의회가 마비돼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불투명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패닉에 빠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속했던 24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은 물론 추후 지원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정치에 인질로 잡혔다”는 말까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전날(3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해임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미국이라는) 가장 강력한 군사 동맹이 갑자기 신뢰할 수 없어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 의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은 피했지만 이 임시예산안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미 하원의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하원의 주요 법안 처리 기능은 마비 상태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협상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매카시 의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긍정적이었지만 공화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새 의장 선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공개적으로는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
옥사나 마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성명을 통해 “새로운 하원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하원은 법안을 처리할 수 없지만 위원회 등 다른 기능은 유지된다”며 미 국방부 내 우크라이나를 위한 예산 16억 달러(약 2조2000억원)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바나 클림푸시-신차제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통합위원회 의장은 “우리는 겁에 질려 있다. 우리에게는 재앙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정리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초당적 합의를 회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야로슬라브 젤레즈냑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은 폴리티코에 “객관적으로 볼 때 우리는 그들(미국) 내부 정치의 인질이 된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동맹국들에 반격의 성공 가능성을 제대로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블라디슬라프 파라포노프 미국연구소 이사장은 “일부 미국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논의되는 동안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함께 이길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의 해임 사태로 우크라이나 원조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를 설명하는 연설을 조만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