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참석차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1일
‘북한이 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계속 희망한다’ 고 언급, 이와 관련한 기존 대화 제의가 있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우리의 ‘잘 조율되고 실용적인 (대북) 접근법’은 북한과 외교에 열려 있고, 또 이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증진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우리의 지원과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계속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시점과 장소가 문제되지 않으며 일단 만나서 대화하자는 미국 측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대화의 공’은 북측에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김 대표가 이전에 ‘조건없는 만남’ 제안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이 제안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나왔는 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단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초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설명을 위한 목적으로 북한에게 접촉을 제의한 사안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지난달 초에 (북한에) 전달한 게 있지 않나. (정부도) 그걸로 이해하고 있다”며 추가 접촉 제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후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판단, 대대적인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을 밟아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난 2월 중순 이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이른바 ‘뉴욕채널’을 포함해 북한에 여러 채널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다.
북한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련의 소식은 지난 3월 로이터통신을 통해 제일 먼저 알려졌는데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 준 바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과 대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접촉 시도가 있었다고 확인하며 “(북한에) 접근할 수 있는 많은 채널을 분명히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백악관의 발표가 있은 뒤, 북한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형식을 통해 관련된 입장을 내놨다. 최 부상은 지난 3월18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며 응답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두 번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촉 제의는 지난달 초에 있었다. 이 때 김 대표가 언급한 ‘조건없는 만남’ 제의가 나왔을 것으로 정부와 외교가는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달 5일 ‘바이든의 대북 전략 : 서두르되 기다리기’ 제목의 칼럼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며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주장했다. 로긴은 이것이 ‘두 번째 시도’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4일 “우리는 비공개 외교 대화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당시 북한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확인한 바 있다.
요약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 두 차례 대북 접촉 시도를 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달 초에 제시한 ‘조건없는 만남’ 제안에 대해 북한의 공식 입장을 현재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해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총비서의 대화·대결 동시 언급은 사실상 대화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 오는 23일 김 대표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 한 뒤, 미국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이 만약 반응을 보인다면 고위급 차원이기 보다는 낮은 수준의 연구소·외무성 국장급, 또는 대외 선전매체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입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김 대표의 발언은 북한 입장에서는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