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활용해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 군도 북한이 만리경-1호를 이용한 사진 촬영까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 해상도 등의 측면에서 ‘군사적 효용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만리경-1호가 27일 촬영한 미 백악관 및 펜타곤(국방부) 등의 사진을 보고받았다고 2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외에도 만리경-1호가 미 버지니아주 소재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뉴스 조선소 및 일대 비행장 지역, 그리고 태평양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 이탈리아 로마 일대를 촬영한 사진도 각각 보고받았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특히 만리경-1호가 노퍽 해군기지와 뉴포트뉴스 조선소 일대를 촬영한 사진에선 미 해군의 항공모함 4척과 영국 해군 항모 1척의 모습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실제 이들 지역엔 현재 미 항모 ‘조지 부시’ ‘조지 워싱턴’ ‘제럴드 포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그리고 영국 항모 ‘프린스 오브 웨일스’ 등이 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을 쏴 올렸다.
북한은 이후 22일 오전부터 만리경-1호가 촬영한 각 지역의 사진 자료가 수신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1주일 새 만리경-1호로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지역엔 전남 목포와 전북 군산, 경기도 평택, 서울 등지의 주요 시설 및 군 기지 등 우리 측 ‘중요 표적 지역’뿐만 아니라, 21~26일 부산에 기항했던 미 해군 항모 ‘칼 빈슨’과 미 하와이 진주만의 해군기지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만리경-1호로 촬영했다는 각 지역의 위성사진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단 점에서 ‘내부 선전’ 혹은 ‘대미·대남 위협 또는 기만’ 등의 목적에서 위성의 성능을 실제보다 과장해서 발표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제기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만리경-1호로) 사진을 촬영할 순 있겠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해상도인지, 군사적으로 유의미한 것인지 등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뒤에도 정상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선 그 자세를 보정하고 수차례 시험촬영 등을 통해 각종 센서를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찰위성 발사 뒤 제대로 된 사진을 촬영하기까진 수개월이 걸린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만리경-1호가 군사적 목적의 정찰임무를 수행하려면 탑재된 광학촬영 장비 등이 가로·세로 1m 크기 이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서브미터급’이 돼야 한다는 게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북한은 작년 12월 정찰위성 성능 시험을 위한 ‘최종단계 중요 시험’을 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인천 일대를 고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을 당시 해당 촬영장비의 성능이 ’20m 분해능’ 수준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해당 장비로 지상의 최소 20m 크기 물체까지 식별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북한이 올해 5월 정찰위성 발사를 처음 시도했을 때 위성체에 탑재했던 광학장비는 지상의 가로·세로 3m 크기 물체를 간신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란 분석이 제시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5·8월 등 2차례 정찰위성 발사 실패 뒤 이번 3차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러시아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고해상도 카메라 등 장비도 러시아로부터 입수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 측의 만리경-1호의 자세 제어 등 최적화 작업에도 계속 관여하고 있다면 “우리보다 공중감시·정찰능력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북한이 단번에 우주감시·정찰능력을 확보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