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실패를 인정하고 철수한 중소상공인 대상 고객관리 솔루션 시장에서 10년을 버틴 토종 스타트업이 있다. 회사가 운영 중인 태블릿 기반 포인트 적립 서비스는 8년 연속 업계 1위, 서비스를 이용하는 점포 수만 2만5000곳에 달한다.
고객관리 서비스 ‘도도포인트’로 관련 업계 선두에 선 스포카가 일반 이용자(B2C)를 위한 플랫폼을 선보인다. 지난 2일 <뉴스1>과 만난 최재승, 손성훈 스포카 공동대표(37)는 “그동안 재료를 모았다면 이제는 요리할 때”라며 회사의 두 번째 도약을 예고했다.
◇불편한 종이쿠폰 태블릿으로 ‘쏙’…”월 평균 적립건수만 500만건”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두 대표는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다. 손성훈 대표는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를 지냈다. 최재승 대표는 존스홉킨스대학교 바이오메디컬 공학 학사, 코넬대학교에서 바이오메디컬 공학 석사를 취득하고 SK케미칼 연구원으로 일했다.
창업가의 길로 먼저 뛰어든 건 최 대표였다. 최 대표는 대학교(학사) 3학년 때 참여한 교내 창업 경진대회에서 ‘주사기를 팔에 대면 자동으로 핏줄을 찾아주는 의료 기기’로 1위를 수상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즐거움을 느꼈다.
‘포인트 적립 서비스’라는 사업 아이템을 생각한 것도 최 대표였다. ‘학업과 업무를 위해 커피를 물처럼 마셨다’는 그는 카페를 드나들며 종이쿠폰의 번거로움을 체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포인트를 적립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고민했고, 2011년 회사를 창업해 첫 서비스를 내놨다.
그러나 서비스는 보기 좋게 실패했다. 이용자가 적립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 때 생각한 대안이 ‘태블릿 PC’. 이용자가 매장에 비치된 태블릿 PC에 전화번호만 입력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 대표가 사업에 합류하게 된 시점(2012년)이 이때였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살던 손 대표의 원룸은 스포카의 사무실이 됐고, 두 대표는 홍대 곳곳을 뛰어다니며 영업을 했다. 문전박대의 설움도 겪었지만 ‘서비스가 잘 될 것’이란 믿음으로 발품을 판 결과, 하나둘 이용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스포카에 따르면 도도포인트를 통해 포인트를 한 번이라도 적립한 이용자 수는 2500만명, 월평균 적립 건수는 500만건 수준이다. 도도포인트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업체) 수는 2만5000곳으로 식당뿐 아니라 미용실, 네일샵 등도 고객사에 이름을 올렸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소상공인 수가 2만5000곳이에요. 여기에 일반 이용자 2500만명의 성별과 생일, 행동 양식 데이터도 확보하고 있죠. 이런 데이터가 회사의 탄탄한 베이스가 됐어요. 지난 10년간 착실히 재료를 모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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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포인트 이용화면 (스포카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
◇프리미엄 전략과 신뢰 바탕으로 업계 1위 도약
도도포인트가 시장에 나타나면서 카피캣(유사) 서비스도 늘어났다. 유명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며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두 공동 대표는 도도포인트 이용 매장수와 매출의 증가세를 보고 서비스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최 대표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위한 도구(툴)는 이미 포화상태지만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을 위한 좋은 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적어 ‘앞으로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고객(점주)의 신뢰부터 쌓았다”고 말했다.
스포카는 유사 서비스와의 경쟁 속에서도 서비스 개발을 이어갔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이라는 일념으로 서비스 업데이트도 꾸준히 했다. 그 결과 유사 서비스가 하나, 둘 사라질 때 살아남은 도도포인트를 향한 이용자(점주)의 신뢰가 커졌고,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이용자가 늘어났다.
현재 스포카의 주요 매출은 점주로부터 받는 이용료에서 나온다. 소상공인은 월 3만원~4만원을 지불하면 도도포인트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 문화가 보편화 된 상황에서도 도도포인트 이용률은 변함 없었다. 회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답이 있었다.
“회사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걱정이 많았어요. 결론적으로 큰 타격이 없었어요. 점주들이 ‘우리매장이 배달을 시작했다’는 내용을 알릴 홍보수단으로 도도포인트(쿠폰 기능, 메시지 기능 등)를 활용하면서였어요.”
도도메시지 기능은 소상공인의 위기관리 도구로도 쓰인다. 일례로 특정 업종에서 터진 스캔들에 대해 ‘우리 매장은 이런 노력을 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알리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 여기에 고객 재방문 유도를 위한 이벤트 도구로도 이용된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도도포인트를 통해 발송된 누적 쿠폰 문자 발송수는 3억건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 덕에 대기업 수준의 데이터를 소상공인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어요.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언제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야 쿠폰 회수율(재방문율)이 높은지 데이터로 아는거죠. 점주는 MBA 졸업자가 아닌 해당 분야(외식업, 미용업 등)의 전문가예요. 저희는 마케팅, 식자재 관리 등 그들의 공백을 채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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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포인트’ 운영사인 손성훈(왼쪽) 스포카 공동대표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도포인트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재승 공동대표. 2021.7.2/뉴스1 © News1 |
◇B2C 서비스 강화 나선다…”해외진출도 고려”
회사가 지난해 8월 출시한 도도카트가 인기를 끈 배경도 여기에 있다. 스포카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외식업 종사자의 식자재 관리를 해결하고자 했다. 도도카트 이용자(외식업 종사자)는 식자재 명세표를 도도카트에 입력하면 간편하게 재고관리를 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점주들이 식자재를 얼만큼 썼는지 그 툴이 없어 몰랐다”며 “외식시장 규모가 130조원인데 이 중 식자재 시장이 49조~50조원 규모다. 국내 패션 시장이 몇십조원 수준인데 툴이 없어서 식재자 관리를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도도카트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점주 목소리 취합에 주력해온 스포카는 올해부터 B2C 서비스를 강화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오는 3분기 내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도포인트 앱을 선보인다. 이용자는 어느 매장에서 얼마만큼의 포인트를 적립했는지 앱을 통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손 대표는 “올해 초부터 B2C용 앱에 투자하는 데 주력했다”며 “회사가 지금까지 점주만 장인정신으로 파왔다면 이들(점주)을 도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인 소비자 분야의 영역도 넓히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회사는 핵심가치 9가지(△고객집착 △대담 △성장 △진실 △오너십 △호기심 △열린사고 △열정 △협업)를 새롭게 정의하고, 금융 서비스 등 소상공인을 위한 신규 서비스 고민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스포카는 국내 소상공인과 기업(협력사), 이용자와의 관계를 탄탄히 다진 뒤 해외진출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상장 시기 등을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저희는 여기(사업)에 목숨을 걸었어요. 유명 스타트업도 2500만명의 이용자를 모은 곳이 많지 않거든요. 한 우물을 파며 재료(데이터)를 모았으니 이젠 요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 발 한 발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