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1일 “중국도 책임 있는 태도로써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최근 중국 방문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8~1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친강(秦剛) 외교부장과의 미중 외교장관회담에 임한 데 이어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차례로 예방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협상 복귀를 위한 중국 측의 노력’을 당부했다.
미 국무부에서 한중일 3국과의 외교 실무를 총괄하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 일정을 수행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의 북한 문제 관련 협조 요청에 대한 중국 측 반응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 대신 “한국 측도 중국의 입장에 대해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중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관한 사항이 논의될 때마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주장하며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 제동을 걸어왔다. 북한의 ‘안보상 합리적 우려’를 유관국가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난 (그동안의) 우리 입장(북한의 도발 중단 및 비핵화 협상 복귀 촉구)에 집중하는 게 더 책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측과 북한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우린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중국 측의 ‘협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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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외교부 제공) |
그는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북한이 최근의 미사일 시험과 같은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토록 독려하는 데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과 책임을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거듭 밝혔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장 차관 예방에 앞서 최영삼 차관보와의 오찬 회담을 통해서도 “블링컨 장관 방중을 통해 중국 측과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 중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대북 영향력을 보유한 특수한 위치에 있다”며 방중 결과를 설명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앞으로도 미국은 오해·오판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측과 고위급 소통 채널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차관보도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란 한미 양국의 인식을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지속 촉구해가자”고 말했다.
최 차관보는 또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을 포함해 중국과 꾸준히 소통하며 미중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해가려는 미국 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국 정부는 중국과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구축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미 차관보들은 이날 오찬 회담에서 올해 한미동맹 70주년과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동맹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또 한미 양측은 “앞으로 정상 간 합의사항을 충실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해가면서 향후 다자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고위급 교류도 계속 활발히 추진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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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오른쪽)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외교부 제공) 2023.6.21/뉴스1 |
한미 양측은 특히 한미일 정상이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한미일 공조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켜가기로 했다”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장 차관 또한 블링컨 장관이 방중 직전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데 이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한한 건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을 잘 보여준다”며 특히 “블링컨 장관 방중 등을 통해 미중관계를 관리해가고자 하는 미국 측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장 차관과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과 대(對)중국 관계 발전에서 상호 긴밀히 협의해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양국 간 고위급 교류·소통 및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속한 개최 등 ‘워싱턴 선언’ 이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날 우리나라를 방문하기에 앞서 일본을 방문, 외무성 당국자들에게 블링컨 장관의 방중 결과 등을 설명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을 먼저 찾은 배경에 대한 물음엔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편이 더 수월했다”며 “일본도 우리(미국)의 매우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역사적 진전을 이뤄 기쁘다. 이런 진전은 한일관계에서 역사적인 진전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한일) 양국 정상에게 찬사를 보낸다”고도 말했다. 지난 3월 우리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이후에만 한일정상회담이 3차례나 열리는 등 이전과 달라진 양국관계 흐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런 가운데 최 차관보는 이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전날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경쟁 프리젠테이션(PT)에 나서는 등 “한국 정부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 측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