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발탁된 댄 크리튼브링크 주베트남 대사가 중국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힘을 보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크리튼브링크가 맡을 동아태 차관보는 국무부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을 담당하는 최고위직이다. 미 국무부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크리튼브링크 동아태차관보까지 모두 ‘대북 강경파’가 포진하게 됐다.
크리튼브링크는 1994년부터 외교관 업무를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태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했다. 2017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베트남 대사로 발탁되기 전까지 북한 문제에 대한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지내며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만난 바 있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완전한 비핵화 원칙에 충실한 정통관리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크리튼브링크가 백악관에 있을 당시 북한이 4차·5차·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던 오바마 대통령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고강도 대북제재 등 북핵 압박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튼브링크는 트럼프 행정부 첫 해인 지난 2017년 베트남 대사 지명을 받은 후 상원인사청문회에 출석,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의 북한 관련 질문에 “북한 문제 특히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의 중대한 위협”이라며 “아마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자금 줄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 전략의 일환으로 베트남측과 매우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임명이 된다면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크리튼브링크의 대사 부임 이후 베트남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기존태도를 바꿔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과거 베트남은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었지만 베트남이 대북제재에 합류하면서 북한 고립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지난 2018년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은 북한과의 교역에 손실을 입었지만 대북제재를 지지하고 강화했다”면서 베트남 지도부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크리튼브링크가 베트남 대사를 지내며 지난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현장 실무자로 활동했던 이력도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대적관계를 청산하고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베트남 모델’을 답습하기를 기대했지만, 북미는 비핵화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고 정상회담은 결렬로 끝났다.
실무 중심의 ‘바텀업’을 선호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미사일 관련 실무 경험이 풍부한 그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완전한 북한 비핵화’ 원칙에 충실한 그가 ‘원칙에 입각한 대외정책’을 선호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잘 맞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지난 2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쏘아올렸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며 국제무대에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도 이같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중국통’으로도 평가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통한 그는 주베이징 미국대사관에서 약 7년간 있었고, 일본에서도 도쿄와 삿포로 등에서 5년간 근무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의 최우선 기조가 대(對)중국 견제정책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맞춤형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