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이 남미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공군이 에콰도르 만타 공군기지에 마약 밀매 단속을 위한 병력을 일시 배치하기로 하면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둘러싼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주재 미국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미 공군 인력이 만타 공군기지에서 에콰도르 공군과 함께 단기 공동 작전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은 이번 작전의 목적에 대해 정보 수집 능력 강화와 마약 밀매 경로 차단, 이른바 ‘마약 테러리스트’ 대응 역량 제고라고 설명하며, 미국과 에콰도르가 공유하는 안보 위협으로부터 양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만타 공군기지는 과거에도 민감한 장소였다. 미국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약 10년간 이곳에 전방작전기지(FOL)를 운영하며 마약 단속 작전을 벌였지만, 주권 침해와 인권 논란 끝에 철수한 바 있다. 이번 배치는 상시 주둔이 아닌 임시 작전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친트럼프 성향으로 알려진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번 미군 배치에 대해 마약 밀매 경로를 식별하고 해체하며, 국가를 장악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범죄 조직을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콜롬비아와 페루에서 생산된 코카인이 에콰도르 항구를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갱단 소탕을 위해 미국의 군사·정보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다만 에콰도르 내 여론은 엇갈린다. 노보아 대통령은 미군 기지 재유치를 허용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지난달 16일 60.3% 반대로 부결되며 정치적 부담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마약 단속을 넘어,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남미 안보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에콰도르 항구도시 과야킬과 만타는 콜롬비아·페루산 코카인이 반출되는 남미 최대 마약 수출 관문으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