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8일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EU의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우리에게 위기보다 오히려 기회”라고 밝혔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생산국들은 그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해외에서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이 배터리를 주도적으로 공급해왔다. 3국은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자재 채굴부터 소재 가공, 셀·모듈·팩 제조까지 보유한 중국의 지위가 공고해지자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등 신뢰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다른 경쟁 국가보다 유리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34.7%로 중국(37.5%)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우선 풀어야할 과제로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을 제시했다.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상승이 불가피한데, 양극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의 경우 2012년 대비 이미 2배 이상 올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해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에 따른 국내 배터리 생산·수출 감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규모가 큰 신흥국의 전기차 보급에 맞춘 배터리 시장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성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19세기까지는 황금(골드 러시), 20세기는 석유(오일 러시)를 쫓는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데이터 러시’와 ‘배터리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체결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