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관련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이 지검장이 이규원 검사를 지키기 위해 수사를 여러차례 방해한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2일) 재판에 넘겨진 이 지검장의 공소장에는 이 지검장이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사실을 문무일 검찰총장 및 수원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안양지청 지휘부를 압박해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수사를 방해한 내용이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2019년 3월22일 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사실을 접한 후 문홍성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원과 김형근 수사지휘과장 등에게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및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 경위 등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이튿날 이 지검장은 당시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해 “이규원 검사가 긴급출금을 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사용한 서울동부지검 내사 사건번호를 추인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에 이 지검장은 같은 날 당시 이승호 반부패강력부 조직범죄과장에게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 조치의 적법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이규원 검사와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기로 결정한 후 6월19일 검찰내부망 쪽지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당시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6월20일 안양지청 수사팀으로 부터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보고서’를 전달받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소속 최모 검사는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에 보고했다.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의 지시를 받은 최 검사는 안양지청 수사팀에게 3번 전화를 걸어 “반부패부의 승인을 받은 후 대검찰청 감찰본부와 수원고등검찰청에 보고를 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같은 날 오전 8시20분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아침 회의 자리에서 문홍성 선임연구관, 김형근 수사지휘과장 등과 함께 “안양지청이 수사의뢰된 내용 이외에 것을 수사해 시끄럽게 만든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은 이 지검장에게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가 담긴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보고서’와 안양지청 수사팀의 보고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일선 청 수사상황 보고자리에서 이 지검장은 이규원 검사와 관련한 보고를 문 총장에게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이규원 검사에 대한 범죄 혐의가 문 검찰총장에게 그대로 보고되고, 이후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 지검장의 관여 사실이 드러날 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후 이 지검장은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과 학연 등으로 친분관계가 있는 김형근 수사지휘과장에게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사항을 검찰총장과 수원고등검청청 검사장에게 보고하지 말고, 후속 수사를 진행하지 말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검장은 또한 배용원 전 차장검사에게 전화해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금 조치는 대검과 법무부가 이미 협의된 사안이며, 서울동부지검도 알고 있다”며 “이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이 지청장도 기존의 입장을 바꿔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이 관련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22일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안양지청 소속 검사의 결혼식장에서 배 차장검사는 “이규원 검사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지 않느냐. 당시 급박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며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에게 수차례 압력을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며칠 뒤인 6월25일 안양지청 수사팀은 출입국 소속 직원들을 불러 ‘김 전 차관에 대한 출입국 관련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의 지시에 의해 조회를 했는지’ ‘개인정보보호법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물어본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를 전달받은 이 지검장은 “조사대상자들에 대한 영상녹화 자료가 있느냐” “안양지청의 출입국본부 직원들에 대한 수사는 문제가 많으니 그만하라”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지검장 등은 안양지청 수사팀이 스스로 수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안양지청 수사팀의 의사에 반하는 문구를 기재하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7월3일자 최종 수사결과보고서에는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 계획이 없음’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후 안양지청 수사팀은 ‘前 법무부차관 출금정보 유출 의혹 사건 수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7월4일 오후 5시30분쯤 검찰내부망 쪽지를 이용해 문홍성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법원은 전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지검장의 사건을 형사합의부 재판부에 배당했다. 이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