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환송 전 2심에선 징역 4년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6-1부(부장판사 원종찬 박원철 이의영)는 24일 오후 3시30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6년 문예기금 지원사업 심의 등 부당 개입, 2015년 예술영화 지원사업 지원 배제, 2015년 세종도서 선정 지원 배제 등은 환송 전 2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예기금 사업과 관련해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에게 직권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범죄”라며 “퇴임 이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공모한 범행에는 기능적 행위 지배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예술영화·세종도서 지원 배제에 대해선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기속력(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다며 무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공직 경험을 갖춘 법조인이자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함에도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실행·지시했다”며 “국정조사 및 청문회 등에서 진실을 말할 의무를 저버리고 거짓 증언했다”고 짚었다.
다만 오랜 기간 공직자로 국가를 위해 공헌하고 여러 차례 훈장을 받은 점, 이 사건과 관련해 1년6개월간 수감 생활한 점,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성실히 수행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으며 고령이기 때문에 별도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7년 7월 1심에서 지원 배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을 받고 2018년 1월 2심에서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 인정돼 징역 4년을 받았다.
함께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징역 1년2개월에 처했다. 김 전 실장과 동일하게 문예기금·예술영화·세종도서와 관련해 무죄가 인정됐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위증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일부 유죄 인정되면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김 전 실장 등 7명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단체나 인사 등의 이름과 지원 배제 사유를 정리한 문건(블랙리스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이날 김소영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제외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징역 1년6개월)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이상 징역 1년) 등은 실형을 받았다.
김 전 실장은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에 직권남용 혐의 유죄 판단에 “상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