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먹는 물까지 챙겨 가려고 해요.”
올림픽에 5회 연속 나서는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가 지난 6월17일 대한사격연맹이 주최한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사격 종목은 순간의 실수로 메달 색이 결정되는 종목이다. 이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한국에서 마시던 물과 익숙한 음식을 도쿄로 가져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
남들은 한 번 나가기도 힘들다는 올림픽에 앞서 4번이나 참가한 선배의 ‘노하우’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상황이 됐다.
올림픽 개막을 10일 남겨둔 상황에서 도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NHK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2일 수도 도쿄도(都)에 4번째 코로나19 긴급사태를 발효했다. 기간은 다음 달 22일까지 6주 동안이다.
올림픽 개막식은 오는 23일, 폐막식은 8월8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올림픽은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 속에 치러지게 됐다.
일본 정부는 앞서 올림픽에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자 지난달 21일 도쿄도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방침을 바꿨다.
최근 일본 내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도쿄도의 확진자는 614명이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올림픽 기간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해 안전하게 대회를 치르려는 것이지만 긴급사태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긴급사태가 반복적으로 발령됨에 따라 긴장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 개개인이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선수단을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해 대한체육회가 질병관리청에 요청한 코로나19 전염·감염병 전문가 파견 요청도 거절된 상황이다. 최근 급격한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인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를 넘어서고 있고, 비수도권의 코로나19 전파 우려도 크다.
체육회 관계자는 “질병청에 감염내과 전문의 파견을 요청했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감안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단에는 질병청에서 파견 나온 역학조사관 1명만이 포함됐다.
장인화 선수단장은 지난달 28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가운데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선 체육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수단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체육회는 자체적인 방역 강화 방안과 동시에 중요한 선수들의 식사 문제도 신경 쓰고 있다. 한국산 식재료를 포함해 검증된 신선 식재료를 더한 도시락을 공수해 선수단이 독립된 공간 등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진종오가 밝힌 계획처럼 생수 등이 통관 절차를 거친다면 대회 기간 섭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체육회 측은 설명했다.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정치권도 선수단에 대한 안전을 당부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선수단과의 화상 간담회에 자리에서 “무엇보다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이 최선이다. 철저한 방역을 통해 선수들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게 체육회에서 대비책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