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문 대통령을 깎아내리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취임 당시 우린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에 대해 정말 걱정했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 건 분명히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의 핵위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해놓고는 그 후속조치는 이행하지 못했다며 “그는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등 김 총비서와의 2차례 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2019년 6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판문점에서 김 총비서를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를 협의했으나, 끝내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중엔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22일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후 정상회의 및 내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도되면서 ‘바이든 정부에 대한 코드 맞추기’란 해석을 낳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후보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 회담에 대해 “폭군 김정은을 거듭 국제무대에 띄워주곤 거의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TV용 회담”이었다고 혹평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 정부는 올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온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황.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나라와 일본 등 역내 동맹국들을 상대로 ‘대북정책 공조’를 강조하면서 두 나라가 자신들과 조율되지 않은 대북정책을 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우리 정부로선 “싫든 좋든 바이든 정부와 코드를 맞춤으로써 접점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언급했던 그의 대북외교를 지원했던 문 대통령이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인 데 대해선 우려 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채 끝내지 못한 비핵화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이 매듭지어 달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에 담긴 속뜻으로 풀이되나 표현 방식은 “그리 세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 이메일 성명에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결코 존중한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이) 지도자로선 물론 협상가로서도 약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평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그는 “난 항상 남한에 대한 공격을 막아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그들에겐 내가 있을 곳이 없다”며 작년 11월 대통령선거 패배 뒤 자신에 대한 한국 측의 태도가 달라진 데 대해서도 거듭 불만을 표시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취소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란 말도 했다고 NYT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이 담긴 싱가포르 합의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승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앞서 ‘트럼프식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점, 그리고 자신들의 접촉 시도에 북한 측이 불응했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방점을 찍은 우리 정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질리나 포터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3일 바이든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압박과 외교가 모두 포함될 것”임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