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래자랑!” 34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구수한 입담으로 웃음과 위로를 전한 송해가 95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송해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희극인이자 방송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무대와 방송의 역사를 몸소 겪어온 그는 ‘전국노래자랑’의 MC로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유명을 달리 했다.
고인은 1927년 4월27일 황해도 재령군 재령면에서 출생했다. 고향에서 성악을 공부했던 그는 한국 전쟁 당시 미 군함을 타고 부산까지 내려왔다가 남한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었다. 실향민은 그는 바다를 건너온 자신의 삶을 담아 ‘바다 해'(海)를 예명으로 삼고 무대에 올랐다.
‘창공악극단’에서 가수로 활동했으며 악단 공연에서 특유의 입담을 살려 분위기를 띄우며 자연스럽게 MC 경험도 쌓았다. 그는 연예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방송사를 넘나들며 코미디언으로 활약했고, 영화 ‘단벌신사’ ‘어머니는 강하다’ ‘남편’ 등에 출연하며 희극인의 삶을 삶았다.
동양방송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 진행을 맡았던 그는 1986년 외아들의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수 없다는, 자식을 먼저 보내는 참척지변(慘慽之變)을 직접 겪은 송해는 한동한 방송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는 2년 뒤인 1988년’전국노래자랑’ MC로 마이크를 다시 쥐었다. 송해의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연 때이기도 하다.
송해는 1988년부터 2022년까지 34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듣는 이 프로그램은 국민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고, 상대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지역에는 축제 역할을 했다.
그 가운데 송해가 있었다. 주민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특유의 너스레와 입담으로 웃음을 전했다. 이는 힘든 시기 국민들에 큰 위로와 힘이 돼주었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이 있는 송해였기에, 그가 선사한 웃음은 감동을 더했다.
34년이라는 시간 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온 것은 방송계의 기록이자 역사가 됐다. 송해는 국내 현역 방송인 역사상 가장 장수한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록됐고, 지난달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쌓은 역사는 짧고 빠른 것이 미덕인 요즘 시대에는 더욱 큰 울림을 주었고, 성실함과 진정성은 후배들에 귀감이 되었다. 송해는 어린 후배들, 젊은 세대와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방송활동을 하며 시대의 어른으로서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진정한 국민 MC’ 송해였기에 갑작스러운 비보에 많은 이들이 슬픔과 존경을 담아 애도를 표하고 있다.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최양락 유재석 강호동 등 방송인 후배들은 뜻을 모아 코미디언협회장(희극인장)으로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한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대구 달성군 옥포리 송해공원 일대에 조성된다.
‘우리시대 어른’ 송해는 후배들의 존경, 그리고 지난 34년간 그의 화통한 웃음소리에 울고 웃었던 시청자들의 애도 속에서 영면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