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가 고(故) 강수연을 “사부님”이라 칭하며 추도사를 통해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강수연의 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는 11일 오전 10시부터 고인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이날 영결식에서 설경구는 추도사를 통해 “통화하면서 보자고 했었는데, 할 얘기가 많아서 빨리 보자고 했는데 곧 있으면 봐야하는 날인데 지금 내가 선배님의 추도사를 하고 있고 이제는 볼수가 없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하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추도사의 운을 뗐다.
그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것이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찍기 싫은 끔찍한 장면이다,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며 “뒤죽박죽 추도사를 용서해주십시오, 제 마음이 뒤죽박죽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설경구는 강수연과 자신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그는 “강수연 선배님과 1998년 ‘송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첫 인연이 됐고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나를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치고 도움을 주면서 이끌어주셨다”면서 모든 스태프들의 회식을 책임지고 회식 자리마다 자신을 데리고 다니며 영화에 대해 알려준 고인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나는 (‘송어’ 현장에서) 선배님의 막내고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 저에게 앞으로 계속 영화를 할 거라는 희망을 주셨고, 저는 영원한 연기부 조수, 선배님은 저의 영원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배우를 아끼고 진심으로 사랑했던 우리 배우들의 진정한 스타다, 새카만 후배부터 한참 위 선배님들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그것이 어색하지 않은 거인 같은 대장부”라며 “너무 당당해서 너무 외로우셨던 선배님,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데 너무 안타깝고 비통하다, 선배님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이 돼서 우리에게 빛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설경구는 “영화인 각자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언제든 어디든 어느 때든 찾아와 달라”며 “감독님, 스태프와 함께 해주시고 행복한 촬영장, 극장에 오셔서 우리와 함께 해달라,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여주신 사랑과 염려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조수 설경구”라고 덧붙이며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날 영결식은 배우 유지태가 영결식의 사회를 맡았고, 생전 고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 설경구, 고인의 유작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연출자 연상호 감독이 추도사를 맡았다.
강수연은 지난 5일 뇌출혈에 따른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된지 사흘 만인 7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향년 56세.
강수연의 장례는 지난 8일부터 영화인장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다. 장례고문은 박중훈, 손숙, 안성기, 임권택 등 11명이며, 장례위원은 봉준호, 설경구, 예지원, 유지태, 전도연 등 49인이다.
강수연은 아역배우로 데뷔해 ‘고래 사냥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 등에 출연해 청춘스타 타이틀을 얻었다. 1986년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한국 배우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하며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고인은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로 약 10년 만의 연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정이’는 최근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영결식 이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하며, 장지는 경기도 용인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