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국민의 불편함을 초래했던 ‘카카오 먹통’ 사고가 5일만에 수습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국가 안보와 독과점 대응 차원에서 대응을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했던 조치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사고 발생 5일 만인 19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모든 이용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궁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난대책 소위원회를 이끌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 택시, 카카오 뱅크 등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가 마비됐다. 이로 인해 국민 수천만 명이 불편함과 피해를 겪었다.
윤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빠르게 움직였다. 초유의 사고 발생 당인 윤 대통령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속한 대응을 지시했고, 16일에도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위해 정부 부처의 노력을 당부했다. 사이버 국가재난에 대통령실이 신속하게 앞장 선 것이다.
17일에는 대응 수위를 높였다.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 없다”며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많은 국민과 사업자, 택시기사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로서 장애로 인한 불편함, 사업자 수수료 측면에서 그간 쌓인 불만이 많았다. 카카오는 지난 수년간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으며, 불공정 이슈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카카오의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계열사는 총 134개로 지난 4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통령실의 발빠른 대응의 배경에는 이같은 불만을 잘 읽고 대처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에는 국가안보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사이버 안보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TF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의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화재로 인해 촉발된 사건을 안보 문제로 확장시켜 더욱 철저한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중 카카오 사태와 같은 상황이 전쟁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화재가 원인이었지만 만약 해커가 개입했더라도 망이 마비되는 결과는 동일할 수 있다. 심하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독과점 업체에 대해 시장의 왜곡, 자원과 자금의 공정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TF는 18일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유사 디지털 재난이 안보 위협 상황으로 전개될 것에 대비, 범정부 차원에서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TF 팀장인 김성한 안보실장은 “기업의 당연한 책무가 방기되면 국가안보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경제인 시대에 이번처럼 정보통신망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면 국가안보에도 막대한 위협을 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발 빠른 움직임에 카카오도 미비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개발자 도구의 이중화 대비를 약속했고,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무료 서비스 사용 중 생긴 피해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출범 이후 각종 이슈에 흔들리며 국정 지지율이 20~30%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보여줬던 리더십이 민심 회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나아가 국정동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