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는 ‘원칙’과 ‘소통’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논란을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를 보고 정 후보자 인선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된 후 지금까지 본인은 물론 자녀들마저 각종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 17일 오전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에 진행된 정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 후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여론을 듣고 있다고 하면서도 ‘인사청문회가 검증의 종착지’란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인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을 두고 민주당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며 “비판보다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고 윤 당선인에게 힘을 실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정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했고 교육부 감사, 아들의 재검을 받겠다고 할 만큼 부정 행위가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며 “아버지 직장에 편입학 한 것을 문제 삼으면 서울대 교수 자녀는 서울대에 입학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부정의 ‘팩트’가 없다면 논란이 있더라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확고한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들로, 이는 윤 당선인이 ‘원칙론’을 고수하는 것이자 ‘측근들의 엄호’로 빚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다만 윤 당선인이 약속한 ‘소통’에 직접적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국민과,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정 후보자 논란의 핵심은 정 후보자의 두 명의 자녀가, 그가 경북대병원 부원장(진료처장), 또 병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경북대의대에 잇따라 편입학했다는 것이다. 경북대의대는 정 후보자의 출신 학교이기도 하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의 학점과 영어성적 등 객관적 자료와 50여 명의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면접관이 배정되는 점 등을 근거로 부정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의 이같은 해명에도 국민 여론은 좀처럼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사건과 다르다고 판단했지만, 오히려 악화하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조 전 장관은 팩트가 있어서 검찰이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나”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급기야 국민의힘 내에서도 지명 철회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기된 의혹과 설명을 볼 때 조국 전 장관과 달리 위법행위는 없던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 첫 공개 목소리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19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은 다르다. 법률적인 판단을 해서는 나중에 후회할 일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법률가일수록 지나치게 법의 잣대를 대는 데서 달리 생각하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현명한 자세”라고 조언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 후보자가 곧 ‘결단’을 내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금씩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 논란이 청문회 이슈를 집어 삼키면서 다른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통과가 예상된다”며 “적절한 시점에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