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주자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적폐 수사’ 논란에 대해 윤 전 총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공개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나친 요구라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져나온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진정한 대권주자로서 발돋움하려면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을 견뎌내야 하는 만큼, 지금의 국민의힘 내홍은 앞으로 펼쳐질 난관의 서막일 뿐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3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에서 처음으로 윤 전 총장을 향해 직접 견제구를 던진 것은 초선인 김용판 의원이다. 김 의원은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라며 “윤 전 총장께서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사과할 일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과한 요구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 전 총장을 ‘영입’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당이 나서서 가치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전날(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묵은 감정은 정권교체의 큰 강물에 씻어버려야 한다”며 “검사 윤석열은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것일 뿐이다. 검사 윤석열에게 수사했던 사건들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좁쌀에 뒤웅박을 파는 일”이라고 윤 전 총장을 감쌌다.
4선의 권영세 의원도 같은날 ‘더 좋은 세상으로’ 포럼에 참석해 “김용판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과 요구를) 하실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사심없이 객관적으로 수사했다는 것을 밝히고 행동으로 보이면 되지, 반성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5선인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적으로 공직에 오래 계신 분은 공직 수행 과정에 있었던 결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 입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재판 오판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직업상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이 먼저 검증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다선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적절한 지적을 했다”라며 “눈을 가린다고 하늘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적폐수사’ 논란은 윤 전 총장이 정치판에 등장하면 항상 따라붙을 꼬리표인데 김 의원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순리”라는 지적이다.
앞으로 당내 유력 대권 주자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선거 날짜만 다가온다면, 이 같은 논쟁은 반복,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대권 주자를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결자해지’와 ‘대의’ 주장이 끝없이 엇갈릴 것이다.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차기 지도부의 가장 큰 과제다. 그게 관건”이라고 말했다.